양질의 일자리를 원하는 대졸자는 많은데, 정작 기업체에서는 데려다 쓸 마땅한 인재가 턱없이 적다는 애로를 호소하고 있을 정도다. 산업구조가 자동화시스템으로 늘면서 절대적인 대기업 구인수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영세 중소기업들은 구인난을 호소하고 있어 대조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중소기업 CEO(최고경영자)들을 만나 보면 구인광고를 내보내더라도 이력서가 단 한 장도 들어오지 않는 곳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졸자를 고용하고, 어느 정도 써먹을 만 하면 다른 기업으로 이직하는 사례가 대다수라는 지적이다.
18일 통계청에 따르면 그냥 쉬거나 가사, 육아, 연로 등을 이유로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고학력 인구가 300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불어났다. 이 가운데 대학교(4년제) 이상 졸업자는 처음 2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4분기 비경제활동(비경)인구 1639만2000명 가운데 전문대와 대학교(4년제) 이상 졸업자는 각각 93만8000명, 201만4000명으로 전체 대졸 이상자는 295만2000명으로 파악됐다.
대졸(전문대 포함) 이상 비경 인구는 1분기 기준으로 10년 전 164만4000명이었으나 2004년(206만2000명)에 200만명을 넘어선 뒤 해마다 9만~22만명 가량씩 증가, 2007~2010년에 각각 234만9000명, 256만8000명, 275만명, 285만9000명 등으로 늘었다.
비경 인구 가운데 대졸 이상 비중은 2001년 11.21%에서 2007~2010년 15.35%, 16.49%, 17.09%, 17.59%에 이어 지난 1분기에 18.01%로 높아졌다.
특히 전체 비경 인구가 지난 10년 사이 11.7% 증가하는 동안 고졸(4.2%), 중졸(3.3%), 초등학교졸업 이하(1.7%)의 경우 미미한 변화를 보인 반면 대졸 이상(전문대졸 78.0%, 대학교졸 이상 80.3%) 비경 인구는 79.5% 늘면서 전체 비경 인구 증가세를 주도했다.
대졸 이상의 경제활동 참가율도 지난 1분기 76.8%로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고용시장 사정이 회복되고 있는데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오히려 0.1%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1분기에는 77.3%였다.
이런 흐름은 뜨거운 교육열에 따라 대졸자가 양산되고 학력 인플레가 심화된데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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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가 진행되고 고용률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 고용시장 상황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고등학교 졸업자의 대학 진학률은 1990년 33.2%였지만 1995년 51.4%, 1997년 60.1%, 2001년 70.5%에 이어 2004년 81.3%로 올라선 이후 80%대에 머물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고용률이 외환위기 때 60%선이 무너졌다가 2002년 잠시 60%선을 회복했다가 지금은 58%대까지 떨어져 있는 고용시장 상황과도 연결돼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대졸 이상 경제활동인구(취업자+실업자)는 1분기 기준으로 2001년 559만9000명에서 올해는 977만5000명까지 불어나 1000만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무분별하게 양산돼 있는 대학들의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영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본부장은 "경쟁력이 없는 대학들을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실제 일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하는 곳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인력 미스매치에 따른 고용부진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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