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일본 원전사고로 인해 국내에서 검출된 방사성 물질이 극미량이라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20년 동안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소 인근 주민들에 대한 역학조사를 해 왔다. 방사성 물질로 인해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오랜 시간 후에 그 영향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원자와 원자 결합 깨뜨릴 가능성 충분
국내 대기 및 토양 등에서 검출되는 방사성 물질이 국민을 불안케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국내에서 검출된 방사성 요오드나 방사성 세슘에서 나오는 방사선이 극히 미량이라도 인체를 구성하고 있는 원자와 원자 사이의 결합을 깨뜨릴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생물과 비생물을 포함해 모든 물질은 원자를 가장 기본단위로 구성돼 있다. 원자는 핵과 전자로 구성돼 있는데 원자들이 모여 분자가 되고, 분자들이 모여 세포를 만들며, 세포가 모여 곧 물체를 완성한다.
전자는 원자마다 그 숫자가 다른데 생물체 같은 경우 전자를 서로 공유하기 위한 원자와 원자의 결합으로 구성돼 분자를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방사성 요오드나 방사성 세슘에서 나오는 방사선은 에너지가 강해 극히 적은량이라도 전자를 서로 공유하기 위해 결합된 원자와 원자 사이의 결합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
이럴 경우 결합이 끊어진 원자들에게서 우리가 예상치 못한 각종 복잡한 물리적·화학적 반응이 나타나면서 암이나 유전적 변이 등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하미나 단국대 의과대학 교수는 18일 “원자가 전자를 잃게 되면 그 원자는 잃어버린 전자를 다른 데서 가져 오기 위해 반응하게 되는데 이때 여러 가지 복잡한 현상이 발생한다”며 “근원적으로 염색체 손상이나 돌연변이 같은 것도 이런 원인으로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은영 경희대학교 생물학과 교수는 “일반 화학물질은 일정 농도 이하일 때는 영향을 미치지 않다가 일정 농도 이상이 되면 인체에 영향을 미치지만 방사성 물질은 농도에 상관없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방사성 물질의 경우 장기적인 영향에 대해 좀 더 신중하게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정부, “극미량이라 안전하다”
이에 대해 정부는 국내에서 검출된 방사성 물질은 극히 미량이라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윤철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원장은 “의학적으로 방사선에 노출됐다는 것이 나타나려면 한번에 최소 100mSv 정도 노출돼야 한다”며 “한번에 500mSv에 노출되면 백혈구 숫자에 변화가 올 수 있고, 한번에 1000mSv에 노출되면 반점이 나타나는 것 같은 외부적으로 증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어 “항암 치료를 위해 한 번에 받는 방사선량은 몇만 mSv 정도”라고 덧붙였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지난 15일 오전 10시부터 16일 오전 10시까지 전국 12개 지방측정소에서 채집된 대기 부유진 방사능을 측정한 결과, 대기 중 방사성 물질은 극히 적은 양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방사성 요오드는 전국 최대치가 0.226mBq/㎥로서 연간피폭선량으로 환산할 경우 0.0000218mSv이다. 이 선량은 X-ray 1회 촬영과 비교할 때 약 4600분의 1 수준이다.
방사성 세슘의 경우 최대치가 0.0681mBq/㎥로 연간피폭선량으로 환산할 경우 0.0000352mSv이다. 이 선량은 X-ray 1회 촬영과 비교할 때 약 2800분의 1 수준이다.
또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전국 23개 정수장에서 공급되는 수돗물을 지난 11일부터 12일까지 채취해 방사성 물질을 분석한 결과 인공 방사성핵종은 검출되지 않았다.
◆20년 동안 원전 인근 역학조사
하지만 정부도 방사성 물질로 인한 영향이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나타날 수도 있다고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의 한 관계자는 “정부는 1990년대 초부터 원자력발전소 인근 주민들을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해 왔다”며 “현재까지 암 발생 등에서 특이사항이 발생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미나 교수는 “100만명 중 한사람의 환자라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면, 정부는 이를 차단하기 위해 노력해야지 그런 노력도 없이 국민에게 확인되지 않은 그릇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방사성 물질에 의한 이상 현상이 확률적으로 제로(0)가 될수 있도록 사회적인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 교수는 “1mSv 이하의 노출환경에서 100만명 중의 하나의 확률로 발생하는 영향에 대한 증거를 잡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며 “예를 들어 지금 어린이가 방사능 비를 맞아 그것이 원인이 돼 수십년 후에 암이 발생하거나 어떤 유전적인 영향이 나타나도 지금 맞은 방사능 비 때문임을 증명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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