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가 급물살을 타면서 우선 순위에서 밀린 데다, 추가 피해 방지를 위해 전산시스템 일부를 차단해 정보유출 경로를 확인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11일부터 현대캐피탈에 대한 특별검사를 진행 중이다.
이번 특별검사는 오는 22일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이마저도 확실치는 않은 상황이다.
금융회사를 상대로 한 특별검사가 통상 2~7일 가량 소요됐던 점을 감안하면 일정이 상당히 지연되고 있는 셈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전산시스템과 보안망을 일일이 확인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있다”며 “특별검사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 확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주부터 검사를 시작했지만 진행 상황은 더딘 편”이라며 “경찰 수사로 관련 직원들을 만날 기회가 많지 않았고 전산시스템도 완전 가동되는 상황이 아니라 점검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현대캐피탈 내 전산 담당 직원들은 경찰 수사에 협조하느라 일상적인 업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경찰은 해킹 용의자의 신원을 확보하고 국내 총책과 공범 등을 검거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캐피탈 측은 “담당 직원들이 경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고 있어 금감원 특별검사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다”며 “검사 진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미 43만명 이상의 개인정보 및 계좌 비밀번호가 유출된 상황에서 추가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전산시스템 일부를 막아놓고 있는 것도 금감원 검사를 저해하는 요인이다.
금감원 IT서비스실 관계자는 “지난주에는 현대캐피탈이 시스템을 내려놓고 있어 데이터베이스(DB)나 전산보안 체계 등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매년 종합검사를 받는 은행과 달리 캐피탈사는 검사 주기가 길어 확인할 사항이 많은 것도 걸림돌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캐피탈사에 대한 검사 업무를 담당하는 금감원 여신전문서비스실 인력이 많지 않다보니 매년 점검을 못 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IT와 전산 부문에 대한 검사도 빈번하게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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