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글로벌 컨설팅 기업 타워스 왓슨이 발표한 ‘2010한국 퇴직연금 보고서’에 따르면 퇴직연금 적립금의 대부분은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집중돼 있으며, 2009년 대비 2010년에는 원리금 보장형 상품의 비중이 85%에서 88%로 약 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2월말 기준, 퇴직연금 시장의 전체 적립금은 약 30조 8000억 원에 달한다. 이는 2009년 말 적립금인 약 14 조 400억 원과 비교하면, 약 119% 증가한 것으로 시장이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급변하는 시장의 규모와 달리, 적립금의 운용 부분은 여전히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집중되는 등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러한 현상은 퇴직연금 도입 이후 사업자들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앞다퉈 고금리를 보장하는 상품을 제시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10년 4월 금융감독원이 역마진을 초래하는 고금리 상품 제시 등으로 인한 관련 퇴직연금 사업자의 건전성 악화를 개선하고자 고금리 상품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면서 금리 경쟁이 다소 완화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자금이 원리금 보장형으로 쏠리고 있다.
이 배경에는 노후 대비라는 퇴직연금의 특성상 안정적인 투자를 선호하는 가입자들의 성향 이외에도 운용관리 수수료, 자산관리 수수료로 구분되어 있는 현재 퇴직연금 수익 구조상, 퇴직연금 사업자가 직접 관리하는 원리금 보장형 상품 가입을 통하여 운용관리 업무뿐만 아니라 자산관리 업무까지 병행하려는 이유 등이 있다.
같은 맥락에서 2010년 말 기준 퇴직연금 실적배당형 상품(펀드 기준)의 누적 판매 추이(설정액 기준)를 분석해보면, 증권업의 일부 사업자들이 자사의 상품 위주로 퇴직연금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산운용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는 사업자들 중에서, 각 업권(은행, 보험, 증권)별 퇴직연금 자산 기준 상위 3개 사업자의 실적배당형 상품 누적 판매를 조사한 결과, 계열사 상품의 판매 비중은 은행 26%, 보험 22%, 증권 79%로 나타났다.
은행이나 보험의 경우에는 다양한 펀드를 판매하고 있어 같은 계열사의 자산운용사 펀드 상품에 대한 의존도가 낮지만, 증권의 경우 이와는 다르게 주로 계열사 위주로 펀드 상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그 비중이 약 79%에 달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증권사는 퇴직연금 이외에도 여러 판매망을 활용하여 다양한 펀드 상품을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전문성은 높지만, 주로 특정 계열사 상품 판매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은 감안할 필요가 있다.
신광호 타워스 왓슨 선임 컨설턴트는 “대형 금융 계열사 소속의 자산운용사의 상품이라서, 또는 많은 투자자들이 가입한 펀드라고 해서 반드시 미래의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퇴직연금 펀드 상품을 고를 때에는 해당 펀드의 설정액이나 자산 운용사의 외형적 규모뿐만 아니라 자산 운용사의 투자 철학 및 펀드 매니저의 역량과 투자 전략 등을 꼼꼼히 따져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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