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엔젤레스타임스(LAT)의 루벤 바이브스(32·Ruben Vives) 기자는 과테말라 출신으로 어머니와 재회하기 위해 일곱살 때 미국으로 입국했다.
미리 입국해 LA에서 가정부 일을 하며 생계를 꾸려 나가던 모친은 불법체류자. 당연히 루벤도 체류 신분을 해결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모친은 이를 철저히 아들에게 숨겼고, 루벤은 18세 때 대학에 갈 준비를 하던 중 자신이 불법 체류자란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루벤은 "고등학교 졸업반 때 어머니가 우리 가족이 불체자라는 사실을 처음 밝혔을 때 그 충격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나 천운이 따랐는지 당시 루벤의 모친이 일을 해주던 LAT 기자가 루벤의 체류 신분 해결을 적극 도왔고, 그는 합법적인 체류 신분을 취득할 수 있었다. 루벤은 이후 이 신문사에서 사동(copy boy)으로 일을 시작했고, 편집부, 웹 부서 등을 거쳐 3년 전 정식 취재 기자가 됐다.
루벤은 캘리포니아의 인구 3만7000명의 작은 산업도시 벨(Bell)의 정치인들이 적게는 수십만 달러, 많게는 100만 달러의 부당 급여를 챙기는 것을 탐사 보도해 이번 상(공익보도 분야)을 받게 됐다. 선배 베테랑 기자 제프 고틀리브가 루벤과 이 기사로 함께 상을 받았다. 이들의 보도로 검찰의 조사가 시작됐고, 결국 연루된 여러 정치인들이 징역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루벤은 "여러분이 한 사람의 목소리를 내게 해주면 그 결과는 상상할 수 없게 커진다"며 자신처럼 주변의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보면 도와줄 것을 호소했다.
발행인 러스 스탠턴(Russ Stanton)은 "루벤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이 무엇이든지 적극적으로 임하는 자세를 갖췄다"고 평가했다.
한편 미국에서 불체자 출신 이민자가 이같은 성공 스토리를 만드는 일은 종종 있다. 최근에는 한인 출신으로 미국의 쇼트트랙 스케이팅 국가 대표가 된 사이먼 조(20·한국명 조성문)가 본인이 불체자였음을 밝혔고, 수년 전 불체자 구제 법안이 미 의회에서 논의될 때는 몇몇 연방 의원들이 자신 또는 자신의 부모, 조부모가 불체자였다고 밝혀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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