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체자 출신 LA타임스 기자 퓰리처상 받아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1-04-20 13:19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17세까지 불법, 과테말라 태생 루벤 바이브스

(아주경제=워싱턴 송지영 특파원) 최근 발표된 퓰리처 수상자에 불법체류자 출신 유력 일간지 기자가 포함돼 화제가 되고 있다.

로스엔젤레스타임스(LAT)의 루벤 바이브스(32·Ruben Vives) 기자는 과테말라 출신으로 어머니와 재회하기 위해 일곱살 때 미국으로 입국했다.

미리 입국해 LA에서 가정부 일을 하며 생계를 꾸려 나가던 모친은 불법체류자. 당연히 루벤도 체류 신분을 해결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모친은 이를 철저히 아들에게 숨겼고, 루벤은 18세 때 대학에 갈 준비를 하던 중 자신이 불법 체류자란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루벤은 "고등학교 졸업반 때 어머니가 우리 가족이 불체자라는 사실을 처음 밝혔을 때 그 충격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나 천운이 따랐는지 당시 루벤의 모친이 일을 해주던 LAT 기자가 루벤의 체류 신분 해결을 적극 도왔고, 그는 합법적인 체류 신분을 취득할 수 있었다. 루벤은 이후 이 신문사에서 사동(copy boy)으로 일을 시작했고, 편집부, 웹 부서 등을 거쳐 3년 전 정식 취재 기자가 됐다.

루벤은 캘리포니아의 인구 3만7000명의 작은 산업도시 벨(Bell)의 정치인들이 적게는 수십만 달러, 많게는 100만 달러의 부당 급여를 챙기는 것을 탐사 보도해 이번 상(공익보도 분야)을 받게 됐다. 선배 베테랑 기자 제프 고틀리브가 루벤과 이 기사로 함께 상을 받았다. 이들의 보도로 검찰의 조사가 시작됐고, 결국 연루된 여러 정치인들이 징역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루벤은 "여러분이 한 사람의 목소리를 내게 해주면 그 결과는 상상할 수 없게 커진다"며 자신처럼 주변의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보면 도와줄 것을 호소했다.

발행인 러스 스탠턴(Russ Stanton)은 "루벤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이 무엇이든지 적극적으로 임하는 자세를 갖췄다"고 평가했다.

한편 미국에서 불체자 출신 이민자가 이같은 성공 스토리를 만드는 일은 종종 있다. 최근에는 한인 출신으로 미국의 쇼트트랙 스케이팅 국가 대표가 된 사이먼 조(20·한국명 조성문)가 본인이 불체자였음을 밝혔고, 수년 전 불체자 구제 법안이 미 의회에서 논의될 때는 몇몇 연방 의원들이 자신 또는 자신의 부모, 조부모가 불체자였다고 밝혀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