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동 금융위원장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저축은행 부실 규명을 위한 청문회에 참석해 정무위 소속 의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저축은행 부실 사태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국회 청문회가 20일 열렸으나 여야 간 책임 공방으로 성과를 내기 힘들 전망이다.
정작 저축은행의 추가 부실을 막기 위한 경영 투명성 강화와 수익성 제고 대책 마련은 뒷전으로 밀린 모습이다.
국회 청문회가 열린 이날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금융당국의 정책 실패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범래 한나라당 의원은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경영상태를 정확히 진단하고 응징했다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질타했다.
우제창 민주당 의원은 “저축은행 부실의 가장 큰 원인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이라며 “(금융당국이) 지난 2000년 8·8클럽 우대 조치를 해준 게 결정적인 변곡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저축은행 경쟁력 제고를 위한 일련의 조치들이 무리한 외형확대의 계기가 된 측면이 있다”고 시인했다.
이어 “저축은행 문제에 있어 정책과 대응의 한계도 있었다”며 “이유가 무엇이든 금융당국 책임자로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예금자보호 한도 5000만원으로 상향 조정 △소액신용대출 활성화 △사명을 금고에서 저축은행으로 변경한 조치 △우량저축은행 여신한도 자기자본 20%로 완화 △저축은행 인수합병(M&A) 활성화 등을 정책 실패 사례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날 청문회는 여야 간의 네탓 공방이 더욱 눈길을 끌었다.
여당 의원들은 김대정 정부와 노무현 정부가 저축은행 부실 사태의 단초를 제공했다고 강조했다.
이성헌 한나라당 의원은 “2004년 저축은행 소액대출 연체율이 60%에 육박했다”며 “2007년까지의 부동산 활황기 때 저축은행 대출이 PF 대출로 이어졌고 당시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의 고승덕 의원은 “PF 대출은 2005년 5조6000억원에서 2006년 11조3000억원, 2007년 12조원을 돌파했다”며 “이명박 정부는 폭탄을 떠안은 책임 밖에 없다”고 옹호했다.
반면 민주당의 조영택 의원은 “10년 전 예금보장 한도나 저축은행 명칭 변경으로 현재 부실을 따지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같은 당의 우제창 의원은 “2006년 8·8클럽 여신 우대조치 이후 저축은행 자산증가율이 연 16%로 급상승했다”면서도 “당시 금융감독위원회 수장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라고 비난했다.
저축은행 청문회가 정치 공방으로 흐르면서 실효성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추가 부실을 방지하기 위한 경영진 책임 강화, 부동산 PF에 편중된 수익구조 개편 등의 대책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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