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성의 페리스코프] 동반성장, 몰아서 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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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4-20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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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LG 등 대기업들이 잇달아 협력사들과 동반성장 협약을 체결하면서 정부의 정책에 호응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 13일 협력사에 대한 지원금을 6100억원으로 크게 늘리는 내용을 포함한 동반성장 협약을 맺었다.

이날 삼성의 9개 계열사는 1차 협력사 3021개와 협약을 맺고, 동반성장의 지속적 실천을 위해 계열사별 전담부서를 운영하기로 했다.

또 가장 주목받은 '단가 조정'과 관련해서도 인사고과에 상생협력 항목을 포함시킴으로써 구매담당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이를 반영할 수 있게 했다.

삼성 관계자는 "구매파트에서 원가 인하가 가장 중요한 업무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인사시스템에 상생협력 요소를 반영하게 되면 아무래도 (담당자가) 신경을 쓰게 된다"고 말했다.

LG 역시 6개 계열사들이 지난 18일 1165개 협력사와 동반성장을 약속했다. 이에 따라 LG는 올해부터 협력회사 연구·개발(R&D)에 5년간 모두 1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LG는 협력사에 100% 현금결제를 유지하는 한편 하도급대금 지급기일을 15일에서 10일 이내로 단축하기로 했다. LG 6개 계열사와 협력사들의 연간 거래규모는 9조원에 이른다.

아울러 LG도 6개 계열사별로 기존에 운영 중인 동반성장 전담조직을 확대 또는 개편하는 한편, 구매담당 임원의 인사평가시 동반성장 추진실적 항목을 반영하기로 했다.

한국 경제를 이끄는 대기업들의 이 같은 움직임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현하는 차원에서 이해될 수 있다. 기업이 사회 구성의 주요 조직 중 하나인 점에서 사회적 책임에 나선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해 정부가 정책적 판단에 따라 분위기를 몰아가는 것이라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장대홍 한림대 교수는 "기업을 의인화해 도덕적으로 바람직한 행위를 하도록 요구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기업은 기업활동을 조직하고 통제할 목적으로 편의상 부여한 법인이지 인격체가 아닌데, 이를 혼동하는 오류가 종종 나타난다는 것이다.

동반성장위원회에서 내세우는 특징적인 동반성장 방법인 '초과이익공유제'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는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이라는 개념에서 확대된 것이다.

문제는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이라는 개념이 기업을 인격체로 본 데서 온 허구적 개념이라는 점이다. 이에 대해 장 교수는 "영리적 기업의 이윤은 개인의 자선행위나 투자로 사회에 환원될 수밖에 없고, 이윤소득을 얻은 개인이 그런 행위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보다 온당한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기업 소유자나 투자자는 이윤배당의 감소를 받아들일 이유가 없기 때문에, 기업은 결국 사회 환원된 이윤 부분을 가격 인상이나 투자 감소를 통해 보충할 가능성이 크다. 그 결과는 소비자의 복지 감소나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게 된다.

동반성장에 대한 과도한 주문은 오히려 기업들에게 '윗돌을 빼서 아랫돌 막기'의 임시방편을 양산하는 데 그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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