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새벽 텐진호와의 연락이 끊긴 지역이 소말리아 해적들이 자주 출몰하는 아덴만 근처인데다 ‘해적들의 공격을 받아 배가 납치됐다’는 소문까지 빠르게 퍼지면서 긴장감은 극도에 달했다. 지난 1일 삼호주얼리호 구출작전 이후 “가장 우려했던 사태가 발생했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오후 5시(한국시간)쯤 현장에 도착한 청해부대 최영함의 헬기 정찰 결과, 텐진호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은 목격됐지만, 선원이나 해적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와 관련, 정부와 군 당국 관계자들은 선원들이 선박 내 대피소인 ‘시타델(Citadel)’로 피신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배가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 선원들의 피신 가능성을 말해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시타델’ 내에도 통신장비가 있지만 먼 거리까지는 교신이 되지 않는다”면서 “최영함이 근처에 도착한 만큼 조만간 상황 파악이 가능할 것이다”고 기대했다.
정부는 소말리아 해역을 항해하는 다른 나라 군함에도 상황 파악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청와대는 이날 오전 사건 접수 후 관련 내용을 곧바로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외교통상부를 중심으로 상황 파악 및 대책 마련을 위한 관련 부처 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한진해운도 비상대책상황실을 가동하는 등 긴박한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정부는 해당 선박에 승선한 한국인 선원 14명과 인도네시아 선원 6명의 안전을 위해선 기본적 사실 확인이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극도로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조병제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피랍 상태로 추정한다”고 밝힌 뒤 추가 언급을 하지 않았고,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도 “상황이 유동적이고 예민해서 군사작전 등 다른 걸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통신 두절 직후 텐진호가 움직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피랍상황과는 다르다고 판단했지만, 좀 더 정확한 상황 파악이 필요했다”고 거듭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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