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뉴스는 지난주 보수 정치 평론가 글렌 벡(Glenn Beck)이 진행하던 케이블 TV쇼를 중단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벡은 '극보수'로 분류되는 인물로 2009년 1월부터 폭스뉴스 채널에서 매일 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물론이고 미국의 유대인 등을 공격해왔다. 한때 300만명에 이르는 시청자들이 그의 쇼에 열광하며 관심과 지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벡의 쇼는 때로는 매우 편협한 가치관과 극도로 부정적인 현실 인식을 남발함으로써 시청자들을 혼란에 빠뜨렸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한 예로 그는 "미국 시민들은 앞으로 벌어질 문명사회의 파괴에 대비해 먹을 식량을 집에 비축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바마를 인종주의자로 부르며 폄하했고, 악만장자 투자자로 유대인인 조지 소로스를 '나치에 협력한 인물'이라고 말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또한 여러가지 음모론에 근거해 "미국이 새로 부상한 중동의 칼리프(정치·종교 지도자) 세력들이 주도한 위기에 빠져 있다"고 주장하며 반유대주의 선봉에 서기도 했다.
WP는 벡의 이같은 언행이 최근 극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반유대주의와 음모론을 신봉하는 에드워드 그리핀을 자신의 쇼에 초청해 "정치적 시온주의(유대인 민족주의 운동)가 미국과 세계의 새 질서를 재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달 전에 벡은 또한 별도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유대교 '개혁파 랍비(Reform rabbis)'는 일반적으로 이슬람과 비슷하며 매우 과격하다"고 말했다.
이보다 몇 달 전에는 소로스를 폄하했다. 그는 소로스가 "(유대인) 광대에 불과하다", "탐욕적인 이윤 추구가", "사람의 피를 빨아 먹고, 나치에 협력해 유대인들이 가스실에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았다"고까지 말했다.
WP는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 미디어 폭스뉴스는 글렌 벡을 통해 보수층이 열광하는 것을 즐겼으나 이제는 아니라고 결정했다"고 평가했다. 즉, 벡이 객관적인 근거를 찾을 수 없는 편협한 의견들을 계속 설파함으로써 보수 시청자들의 눈과 길을 방송에서 떠나게 했다는 분석이다. 벡의 정치 쇼 방송에 대한 최종 책임은 결국 폭스뉴스가 져야 하기 때문이다.
WP는 미국의 보수가 '광기 서린 글렌 벡 쇼'에 등을 돌린 것과 같은 맥락으로 공화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 사라 페일린의 지지도가 하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녀는 거침 없는 독설로 인기를 얻었지만, 결국은 그 말 때문에 지지도가 하락하고 있다. "너무 가볍고 깊이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WP-ABC방송이 지난달 발표한 그녀의 지지도는 58%에 그쳤다. 2008년 88%에 달했던 지지도가 지난해 10월 70%로 떨어진 데 이어 50%대로 추락한 것이다.
지난해 의회 선거에서 공화당 선전을 이끌어낸 보수주의 정치단체 '티파티(Tea Party)'에 대한 불신도는 지난해 1월 26%에서 최근 47%(CNN 여론조사)로 크게 증가했다.
WP는 "글렌 벡의 퇴장을 발표하면서 폭스뉴스는 '양자가 앞으로 함께 할 수 있는 사업을 모색하겠다'고 했지만, 당분간 그의 목소리가 폭스 채널을 탈 일은 없을 것"이라며 "미국의 건강한 보수가 글렌 벡을 입다물게 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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