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카드분사…'카드대란 위험' 현실화되나

(아주경제 방영덕 기자) 금융지주사들이 올해 들어 잇따라 카드부문의 분사 움직임을 보이자 카드사간 경쟁이 격화되는 조짐이다. 특히 신용판매보다 카드대출을 통해 몸집을 불릴 가능성이 커 '제2의 카드대란'이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금융지주사, 연이은 카드 분사 왜?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하나금융지주의 하나SK카드 설립과 올해 3월 KB금융지주의 KB국민카드 설립에 이어 지주사들이 속속 카드사 설립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우선 우리금융지주가 상반기 내 우리은행 카드사업부를 분사하기로 했으며 SC금융지주는 SC제일은행 내 카드사업부를 분리해 홈플러스와 합작 카드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카드도 내년 사내독립법인(CIC) 체제로 운영하다 농협의 금융지주 전환과 맞물려 2~3년뒤 분사를 추진할 방침이다.
 
이처럼 금융지주사들이 카드사 분사에 나서는 것은 비(非)은행 부문의 경쟁력을 높이고 고객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이 공통된 설명이다.
 
KB금융의 수익가운데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95%에 달하지만 오래전 카드사를 분사한 신한지주는 은행과 비은행의 수익 기여도가 52%대 48%로 균형을 이뤘다.
 
아울러 은행 내 카드사업부 형태보다 분사를 선택하면 ‘선택과 집중’의 원리에 따라 더 좋은 상품과 고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은행 측은 주장하고 있다.
 
◇카드론 사업 확대…가계 부실 우려 커져
 
문제는 금융지주사들이 앞다퉈 전문 카드업 진출을 모색하면서 기존 전업카드사들과의 경쟁이 격화될 가능성이 크고 카드 부실 우려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금융권 안팎에선 대형 은행들이 대기업 대출에서 중산층 이용 비중이 높은 주택담보대출 영역으로 영업기반을 확대한데 이어 이제는 카드론 등을 통해 서민 금융까지 전방위로 영업망을 확대해가려는 모습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강만수 산업은행지주회장은 지난 18일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 5대 금융지주 회장과의 조찬회동에서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에게 "작년에 2조원의 이익을 냈다던데 그 가운데 1조원이 카드에서 나온 것이라면서요"라고 물었고, 어윤대 KB금융 회장에게는 "카드업을 강화하려 한다는 데 왜 그러느냐"고 질책성 질문을 쏟아내기도 했다.
 
즉, 금융지주사들의 잇따른 카드부문 분사로 카드발급 및 카드론 등 외형경쟁이 지나칠 경우 부실 위험이 커지고 최악의 경우 카드대란이 재발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카드론의 실적은 지난해 23조9000억원으로 전년보다 33.3%나 껑충 뛰었다. 2003년(37조원)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정부 압박으로 가맹점 수수료와 현금서비스 금리를 계속 낮출 수밖에 없는 카드사들이 미사용 한도에 대해 대손충당금을 쌓지 않아도 되는 카드론으로 눈을 돌린 때문이다.
 
카드론의 급증세와 맞물려 주목해야할 것은 이 같은 증가의 상당 부분이 저신용등급자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나이스신용평가정보 분석 결과, 지난해 저신용층인 신용 8∼10등급의 신규 카드발급 건은 13만8817장으로 전년보다 17.6%나 늘었다.
 
또 지난해 신규 발급된 신용카드는 모두 1200만개로 2009년(970만개)에 비해 24%가량 늘었다. 7∼10등급의 저신용자에게 발급된 카드는 전체의 8.7%에 해당하는 104만개로 전년 비중 6.6%(64만개)를 뛰어넘었다.
 
이에 따라 가계대출이 800조원에 육박하며, 금리 상승기라는 주변 여건과 맞물려 가계발 금융불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재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카드론 이용자 상당수가 저신용층이어서 금리 인상에다 높은 물가로 인해 상환능력이 떨어져 가계부실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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