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EU, ‘제자리 걸음’ 한국
EU의 경우 지난 2월 유럽의회 본회의에서 한-EU FTA 비준안이 통과되면서 7월 발효를 앞두고 우리 국회의 비준안 처리 상황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나 우리 국회의 진행 상황은 ‘첩첩산중’이다.
7월 발효를 위해 4월 국회 내에서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여당과 ‘선(先)대책 후(後)비준’을 주장하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던 여야는 지난 18일 일부 여야 의원들이 4월 국회 처리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합의를 이끌어내면서 28, 29일 처리 가능성을 높였다.
그러나 23일 오후 야당의 설득을 위한 대책 논의를 위해 마련된 당정청 회의에서 한-EU FTA 발효에 따른 국내 농가의 피해 대책에 대한 부분의 합의점을 찾는데 실패하면서 4월 국회 비준안 통과는 다시 한 번 안개 속에 빠져들었다.
야당이 가장 강하게 요구했었던 대책 중 하나였던 소규모 축산농가에 대한 양도소득세 감면에 대해 정부가 세수 부족과 다른 분야와의 형평성 문제를 이유로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오는 28 29일로 예정된 국회 외교통상통일위 전체회의를 통해 비준안을 처리한 뒤 국회 본회의 통과까지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입장이지만 정부의 협조를 이끌어내지 못함에 따라 야당과의 협상도 불투명해졌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4월 국회에서 비준안이 처리되지 못할 경우, 5월 임시국회를 소집해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오는 25일 예정된 당정회의에서도 제대로 된 협상 결과가 나오지 못할 경우, 이 마저도 쉽지 않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한-EU FTA를 비준하기 위해선 정부 여당의 확실하고 분명한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속도내는 미국, 손 놓은 한국
최근 미 의회는 한 미 FTA 비준안 처리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미-콜롬비아 FTA 협상을 타결한 데 이어 지난 20일 미-파나마 FTA의 쟁점까지 합의를 이끌어내면서 한-미 FTA의 처리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 17일 방한했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한미 FTA 비준이 미 의회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고 오는 27일에는 게리 로크 미국 상무장관을 비롯한 연방 하원의원 5명으로 구성된 방한단이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하고 한미 FTA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반면 우리 국회에서는 각종 현안에 막혀 한미 FTA에 관련된 논의는 제대로 된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남경필 국회 외통위 위원장은 한미 FTA 비준안 처리 문제와 관련, “미국측 상황을 보고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이나 당장 한 EU FTA 문제에 대한 해결이 먼저 필요한 상황이다.
한나라당은 “늦어도 9월 정기 국회에서는 (한미 FTA 비준안 문제를)논의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한-EU FTA 문제와 마찬가지로 논의 이전에 정부 여당의 충분한 대책마련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 원내대표는 “한미 FTA도 정부가 약속 이행을 제대로 안했다”며 “식량안보 차원에서 축산농가를 버릴 수 없기 때문에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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