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권진규의 삶을 모티브로한 연극 '응시'를 위해 작가 정복근, 연출 박정희가 뭉쳤다. 연극 '응시'는 내달 12일부터 15일까지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서 공연된다. |
(아주경제 김나현 기자) '지원의 얼굴'로 유명한 조각가 권진규의 삶이 무대에 오른다.
이호재, 전무송, 윤소정등 대학로 스타급 중견 배우들과 작가 정복근, 연출 박정희가 이 작품을 위해 뭉쳤다.
조각가 권진규는 생활고와 국내 조각계의 냉대 속에 1973년 자신의 작업실에서 자살한 ‘비운의 조각가’로도 알려져 있다.
1948년 일본으로 건너가 무사시노미대의 전신인 무사시노 미술학교 조각과에서 공부했던 권진규는 일본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쳤으며 1959년 귀국 이후 테라코타(구운 점토)와 건칠(불상 등을 만드는데 쓰이는 옻칠 기법)을 주재료로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했다. 지난 2009년 덕수궁미술관에서 그의 작품세계를 조망하는 대규모 전시가 열렸었다.
연극 '응시'라는 제목으로 무대에 오르는 권진규의 이야기는 ‘권진규’에게 누군가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가정하에 이뤄지는 이야기다. 어느 미술가의 오래된 작업실에서 생을 마감하는 어느 남자의 이야기로, 정년퇴직을 한 남자가 어린 시절 동네 에 있던 어느 미술가의 오래된 작업실에서 생을 마감한다는 내용이다.
이번 연극은 세 개의 시간이 혼합 · 교차하는 구조로 돼있다. 권진규에게 많은 가르침을 받았지만 평범한 오늘을 살고있는 주인공 준태의 시간, 자신의 뿌리를 찾아 한국에 돌아온 과거속 권진규의시간, 그리고 과거와 현재가 기묘하게 엮여있는 제3의 시간. 이렇게 3가지 층위의 시간들이 씨실과 날실처럼 얽혀서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낸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한 인간의 노력이 ‘권진규’라는 예술가를 통해, ‘준태’라는 소시민을 통해 복합적으로 보여지게 된다.
연극 ‘응시’는 현대인들에게 인간과 삶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 작품은 정년퇴직 후 어릴 적 동네로 이사 온 준태가 현실 회피, 환청, 환상 등에 시달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조각가 권진규의 삶과 작품을 모티브로 박정희 연출가와 극작가 정복근이 만나 제작했다.
작가 정복근은 이 작품에 대한 실마리를 묻는 질문에 작가 정복근은 “영웅의 이야기는 재미 없잖아?”라는 대답으로 대신한다.
그는 그동안 세종대왕 (세종32년), 덕혜옹주 (덕혜 옹주), 김수임 (나, 김수임), 나운규 (나운규-꿈의 아리랑), 안중근 (나는 너다) 등 유난히 실존인물이 많이 등장한다.
그는 영웅적 삶과 업적을 기리는 작품이라기보다는 한 인간의 삶을 오롯이 그녀의 관점에서 써 내려간다. 비단 실존 인물 뿐 아니라 잘 알려진 설화 ‘장화홍련전’을 재해석한 ‘배장화 배홍련’이나 ‘우키시마호 침몰 사건’속에 숨어있는 역사의 흔적에서 이야기를 끄집어내어 현대적 관점으로 재해석하는 ‘짐’같은 작품을 많이 써왔다.
섬세한 예술가의 영혼과 소시민의 삶을 교차시키는 복잡한 구성을 가진 이 작품을 가장 잘 표현할 연출이 누가 있을 라는 질문에 이구동성 손에 꼽은 연출이 바로 박정희씨다. 그는 관념적인 작품을 섬세하지만 강렬하게 풀어낸다.
박정희씨는 그동안‘새벽 4시48분’, ‘마라,사드’, ‘유다의 키스’, ‘평심’ 등 쉽지 않은 작품들, 소위 문제작들을 선택해 쉽고 말랑한 연극 일색인 대학로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곤 했다. 중량감 넘치는 작품으로 자신의 연극적 색깔을 들어내온 연출가 박정희가 바라보는 ‘응시’는 어떤 의미인지 기대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연극 ‘응시’는 조각가 권진규가 과거에 활동했던 아뜰리에를 배경으로 이뤄진다.
아뜰리에에 이미 존재하는 가마, 샘, 선반 등 다양한 오브제들이 연극적 공간으로 되살아난다. 갖가지 소품을 활용한 제의식 구조를 통하여 극 전체가 마치 무의식과 의식의 세계를 유영하는 여행과 같은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2011 서울문화재단 공연예술창작활성화 지원 사업, 2011 서울연극제 기획 초청 공연으로 선정된 연극 ‘응시’는
내달 12일부터 15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서 공연. 입장료 3만~5만원. 문의 765-5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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