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기록에는 이런 이야기도 있다. 채용박람회에서 채용회사 인사직원이 구직자에게 "이력서에 졸업한지 2년이라고 쓰였는데 어째서 경력은 3년으로 적었냐"고 묻자 이 청년은 "잔업시간을 합하면 1년이 된다"라고 말했다.
이 얘기는 회계사무소 푸화용다오(普华永道)의 25세 여직원 판지예(潘洁)가 과로사 한 이후 더이상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한 네티즌은 “‘당신은 하루 평균 몇 시간 잔업하나요?’라는 주제로 1800여명에게 앙케이트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46%는 매일 3시간 이상의 잔업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 평균 한시간과 두시간 잔업자도 각각 13%와 16%에 달했다.
화려한 이미지와 번듯한 사무실의 화이트칼라(白領)들의 속사정도 알고보면 크게 다르지 않다. 화이트 칼라는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박 관념때문에 '젊었을 때는 목숨으로 돈을 바꾸지만 나이가 들면 돈으로 목숨을 바꾸는 생활'을 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설문 조사결과 응답자들은 업무상의 연임과 승진, 그리고 상사의 압력은 화이트칼라들이 사무실에서 받는 '3대 압력'이라 했다. 그러나 일상 생활가운데 배우자로부터의 압력, 내집마련과 건강 스트레스도 빼놓을 수 없다.
광저우시 주쟝신청고우더즈디(珠江新城高德置地)광장. 이곳에는 ‘잔업을 하는’푸화용다오 회계사무소 직원들을 태우기 위해 밤낮없이 택시들이 대기한다. 광저우 지하철에는 저녁 9시 이후 지치고 졸린 표정의 화이트칼라족들로 넘쳐난다.
쇼핑몰에서 제일 인기있는 제품은 허리와 목안마기 이다. 어떤 병원의 접골(正骨)과는 30%의 환자들이 컴퓨터 작업으로 목이 비틀어졌거나 디스크에 걸린 화이트칼라족들이다.
중국에서 몇 년전만도 해도 과로사하는 사람은 경찰과 극한 작업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전부였는데 최근 몇년래 기업의 중층 관리자, 화이트칼라족들도 과로사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중국에서 과로사에 이르는 질병은 관상동맥질병, 주동맥류, 심장판막병, 심근경색증과 뇌출혈이다. 이외에도 소화기관질병, 신장기력쇠약, 감염성질병도 과로사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앞서 과로사한 푸화용다오의 판지예도 바이러스성 감기에 걸린뒤 끝내 급성 뇌막염으로 죽음에 이르렀다.
지난 19일 33세의 젊은 나이로 사망한 푸단대 여교수는 "살아있는 것이 왕도(王道)"라며 생명과 건강의 귀중함을 일깨웠다. 그녀는 잔업 등으로 '젊은 신체를 과도하게 소모하는(透支靑春)' 화이트칼라족에게 일과 건강을 잘 조화시킬 것을 당부한 것이라고 주변사람들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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