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가스 등 이른바 '유틸리티(Utility) 요금' 이 하반기 물가 인상의 최대 복병으로 떠올랐다. 정부가 그간 임시방편으로 눌러놨던 전기·도시가스 요금이 하반기 들어 본격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중동 정정불안으로 국제유가가 연일 치솟고, 최근 고리원전 1호기 가동이 중단되는 등 불안요소가 많아지면서 에너지 요금 인상 가능성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4분기처럼 유가 및 기타 에너지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상한파까지 겹친다면, 서민 체감물가는 더욱 오를 수 있다는 점에서 ‘제 2의 물가대란’을 예고하고 있다.
사실 유틸리티 요금 인상은 예고된 거나 다름없었다. 정부는 지난 1월 서민들을 위한 물가안정대책으로 공공요금을 동결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오는 7월 실시할 것으로 점쳐졌던 연료비 연동제(원가 상승분을 요금에 반영)도 계속 미뤄왔던 것이 사실이다.
기획재정부는 이젠 요금 인상 시기를 분산하거나 인상폭을 조절하는 것 외엔 달리 뾰족한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지방공공요금은 지역의회 조례에 따르기 때문에 중앙정부에서 사실상 컨트롤하기 어렵다”며 “하반기에 공공요금은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윤증현 장관도 “공공요금을 단계적으로라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해 공공요금 인상에 힘을 보탰다.
정부가 서민 체감물가가 높은데도 불구하고 이처럼 공공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보는 이유는 뭘까. 국제유가 및 원자재 가격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력공사나 가스공사 같은 에너지 공공기관들이 에너지를 계속해서 저가로 공급하면, 수익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또 겨울철 계속되는 한파로 전력사용량이 매번 최대치를 경신하는 등 외부전력 구입에 따른 원가부담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 소비자들의 과소비를 불러일으킨다는 지적도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겨울, 이상한파로 전력소비가 최고에 달하면서 지식경제부가 단계적으로 에너지 요금을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에너지 소비가 매년 증가하면서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소득층 부담 가중
앞으로 유틸리티 요금이 인상되면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의 체감물가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저소득층 체감 물가가 고소득층의 체감 물가보다 0.91% 높게 나타났다.
저소득층의 체감 물가는 올 1월 4.53%, 2월 4.95%, 3월 4.91%로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인 1월 4.1%, 2월 4.5%, 3월 4.7% 보다 높은 수준이고, 같은 기간 고소득층의 체감 물가인 3.95%, 4.38%, 4.45%와도 큰 차이를 보였다.
2008년 물가대란 당시, 저소득층의 체감 물가가 고소득층 보다 낮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저소득층의 체감물가는 농축수산물 등 먹거리와 생필품 가격등이 상승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4월들어 농축수산물 가격이 제자리를 찾으면서 오는 하반기 물가상승은 공공요금이 주도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저소득층의 체감물가도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재정부 관계자는 "농수산물 가격이 주도했던 상반기와는 달리 하반기에는 공공요금을 중심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거세질 전망"이라며 "국제유가 상승 등 대외적 불안요소가 상존해 있어 물가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와 에너지 관련 공기업이 지난 2005년부터 저소득층 가구를 대상으로 사용요금의 10~20%를 할인해주고 있지만 제대로 실시되지 않고 있어 정책당국의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전체 기초생활수급가구 85만가구 중 48만여 가구가 요금할인 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공공요금 인상에 따라 저소득층 체감물가도 큰 폭으로 오를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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