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제자는 봉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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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4-26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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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규복 기자) 최근 국내 최고의 명문인 서울대학에서 폭행과 불륜 등 '스승과 제자' 사이에서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들이 연이어 벌어져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스승이라는 위치와 교수라는 직위, 사회적 위명을 이용해 제자들을 개인적 사리사욕을 위해 부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같은 현상은 특수전공분야에서 강하게 작용한다.

몇 년 전 지도교수를 바꾸고 싶었지만 현 지도교수가 자신을 떠날 경우 전공분야에서 매장시키겠다고 위협해 결국 전공을 포기한 미술전공 대학원생을 만난 적 있다.

그 지도교수는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도도 하지 않을뿐더러 성적도 낮게 주면서 다른 교수 밑으로 들어가는 것은 절대로 안 된다고 막고 있었다.

답답한 상황이었지만 어디에 하소연할 수도 없는 처지에 난감해 하던 그 학생은 아예 진로 자체를 바꿀 수밖에 없었다.

시중에 나도는 우스갯소리로 '다단계로 성공하고 싶으면 의대 교수가 되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사제관계가 돈독(?)하고 기수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각종 학술대회나 세미나에 가보면 행사에 동원된 학생들을 어렵지 않게 만난다. 몇 년 전 지방의 모 의대에서 개최한 국제학술대회에 취재차 갔다.

플랜카드에는 '국제'라는 말이 굵직하게 찍혀 있었지만 외국인은 단 2명. 통역도 없었다. 자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은 대다수가 학부 학생들이었다.

물론 이런 자리를 통해 지식을 높일 수도 있겠지만 행사에 동원된 학생들에게는 그저 출석과 학점을 위한 지루한 자리일 뿐이다.

실제로 몇몇 학생들은 게임기를 붙들고 열심히 버튼을 누르고 있었고, 또 몇몇은 만화책을 읽고 있었다.

최근 모 학회에서 개최한 간담회에서도 비슷한 광경을 목격했다.

예상외로 기자들이 많이 참석해 자리가 부족하자 이미 앉아서 장시간 대기하고 있는 일행을 쫓아냈다. 행사 진행요원인 줄 알았던 그들은 학부 제자들이었다.

그렇게 자리만 채우다 밥도 못 먹고 쫓겨난 그들이 언젠가 교수가 되고 스승이 됐을 때 오늘의 슬픔을(?) 기억해 악순환의 고리를 끝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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