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가 26일 남대문로 상의회관에서 개최한 ‘화평법 설명 및 산업계 의견 수렴회’에서 산업계는 “장기적으로 환경과 국민보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화학물질에 대한 사전관리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점에 동감한다”면서도 “관련 법안의 제정은 국내 주요 업종의 국제경쟁력, 중소기업의 여건 등을 고려해 신중히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화평법이란 국내에 유통되는 모든 화학물질에 대한 위해성 여부를 분석·평가해 그 결과를 정부에 보고․등록하도록 강제하는 법을 말한다. 만일 기업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이 위해물질로 판정이 날 경우 기업은 해당 화학물질을 사용할 수 없으며, 대체물질 사용 등과 같은 대체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산업계를 대표해 연사로 나선 한기주 선임연구위원은 “화평법 도입이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화학물질 성분 분석비용․등록비용 등과 같은 직접적인 비용보다는 대체물질 개발 및 사용, 원가상승으로 인한 매출손실 비용과 같은 간접비용 규모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며 “따라서 향후 화평법 세부 내용 및 운용 방향에 따라 산업 경쟁력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화평법 시행에 따라 2015년까지 최소 400억원에서 1600억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이고, 간접비용까지 포함한다면 최대 5000억원 이상의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이는 국내 GDP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최대 약 2000명에 달하는 일자리가 사라질 수도 있다”고 우려감을 표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한 기업인도 “중소기업은 화평법 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실정이기 때문에 제도 시행 이전에 충분한 홍보가 있어야 한다”면서 “현재 입법 추진 일정으로는 기업의 준비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반면, 이지윤 환경부 화학물질과장은 발표를 통해 “국민 건강 및 생태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화학물질 유통량이 급증하고 있으나, 현행 화학물질관리제도는 유통 중인 화학물질에 대한 안전성 정보를 파악할 수 없다”면서 “화학물질 안전성정보 등록 및 평가를 통한 사전예방 관리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 과장은 이어 “UN은 2020년까지 화학물질의 위해를 최소화하고자 각국에 화학물질관리전략의 채택 및 이행을 권고하고 있다”면서 “EU, 일본, 미국 등은 이미 화학물질관리 제도를 시행하고 있고, 국내도 화평법을 통해 유해성분이 없는 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면 오히려 산업경쟁력도 강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진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 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최근 화학물질의 사용이 급증함에 따라 미국, 일본, 중국 등에서 유사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으나, 자국 산업의 특성을 고려한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면서 “국내 화학산업의 국제경쟁력과 규제강도 등을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국내기업, 유관기관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