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은 그동안 하이닉스 매각에 난항을 겪어 온 만큼 다양한 매각 방안을 허용해 매각을 꼭 성사시킨다는 입장이다.
◆ 채권단 “이번에는 꼭 판다”
외환·우리·신한은행·정책금융공사 등 9개 기관으로 구성된 하이닉스 주주협의회는 26일 운영위원회를 열고 매각 작업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채권단은 기존의 구주 매각안으로는 인수·합병(M&A)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 인수 희망기업의 신주 인수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기존 고려되던 매각 방식은 인수대금이 모두 은행 및 정책금융공사에 들어가 인수자에게 돈이 남지 않지만 신주 발행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하면 대금이 인수자에게 비축돼 가격 부담을 낮출 수 있다.
그동안 하이닉스 매각이 번번이 실패한 만큼 이번에는 인수 희망기업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해 인수·합병(M&A)을 성공시킨다는 계획이다.
채권단은 지난 2009년 9월에도 매각 공모를 실시했다. 당시 효성이 단독으로 참여했지만 11월 인수를 포기하면서 매각에 실패했다. 이후 반도체 경기 호전으로 지난해 초 재매각을 시도했지만 참여한 곳이 없어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
이후 채권단은 하이닉스 지분 4.1%를 블럭세일(대량매매)해 인수자의 가격 부담을 줄이는 등 매각을 위한 사전작업을 벌여왔다.
◆ 엇갈린 시장 전망
일단 시장의 반응은 매각이 어려울 것이란 ‘회의론’과 인수 가능성이 높다는 ‘긍정론’이 엇갈린 모습이다.
매각을 어렵다고 보는 측은 현재 반도체 경기가 고점이라는 인식이 팽배하고, 3~4년 주기로 대규모 투자금이 들어가는 등 비용부담이 만만치 않아 전략적투자자(SI) 유치가 어려울 것이란 입장이다.
채권단은 재무적투자자(FI)는 배제한 채 SI와의 교섭을 희망하고 있다. 채권단은 하이닉스가 공적자금을 들여 살린 기업인 만큼 외국계 투기자본의 진입을 꺼리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하이닉스는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생산기술을 갖추었지만 수조원에 이르는 인수자금과 경기에 민감한 수익구조, 막대한 투자자금이 매각을 가로막고 있다”며 “하이닉스와 같은 공룡 기업을 무리하게 인수하려는 기업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는 반대로 긍정론을 펴는 쪽에서는 하이닉스가 올해 2조원의 영업이익이 예상되는 등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갖추어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보고 있다.
이선태 메리츠종합금융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산업은 경기를 많이 타기 때문에 그동안 인수자가 적극적이지 못했지만 하이닉스가 지속적으로 돈을 벌어다 주는 회사이기 때문에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