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자산 비중 축소, 국부펀드 추가설립 등 대응책 마련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지난 1분기 중국 외환보유액이 3조 달러를 돌파해 3조447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지난 2009년 6월 2조 달러를 돌파한 지 2년도 채 지나지 않아 처음으로 3조 달러를 넘어선 것입니다.
하지만 과도하게 불어나는 외환보유액은 중국 경제에 '독약'이 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옵니다.
오늘은 바로 전 세계 외환보유액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의 넘쳐나는 외환보유액에 대한 궁금증을 파헤쳐 보겠습니다.
외환보유액은 한 국가가 가지고 있는 외환채권 총액입니다. 여기에는 무역수지 흑자나 외국인직접투자(FDI)로 유입되는 외환뿐만 아니라 일부 핫머니도 포함되지요. 중국이 지난 몇 년간 무역흑자 행진을 이어오고 외국인 투자가 대폭 늘어나면서 외환보유액이 이처럼 많이 쌓인 것입니다.
그럼 외환보유액은 많아야 좋을까요, 적어야 좋을까요?
외환보유액이 바닥나면 대외 채무를 갚을 수 없어 외환위기가 발생합니다. 과거 우리나라가 IMF 위기를 겪은 것이 대표적인 예죠.
그러나 외환보유액이 너무 많아도 문제가 됩니다. 해외에서 유입되는 외자가 늘어나 시중 통화량이 증가해 과도한 유동성을 야기시키고 인플레이션을 촉발하기 때문이지요.
최근 중국이 처한 상황이 바로 이것입니다. 외환보유액을 금고에 너무 많이 쌓아놓아 경제에 독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저우샤오촨(周小川) 런민은행장은 “중국 외환보유고가 이미 적정 수준을 초과했다”며 “외환이 너무 많이 누적되면 과도한 유동성을 야기하고 중앙은행의 불태화(不胎化·sterilization) 개입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불태화 개입이란, 해외에서 유입되는 외자가 늘어나 시중 통화량이 증가하면 중앙은행이 공개시장 조작, 지급준비율 인상 등 통화정책 수단을 통해 이를 흡수하는 것을 말합니다.
관타오진(管濤近) 외환관리국 국제수지사 사장(司長·국장급)도 “과도한 외환보유액은 현재 중국 정부의 물가·집값 잡기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지요.
2010년 노벨 경제학 수상자인 데일 모텐슨 노스웨스턴대 교수도 최근“중국은 외환 매입을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지요.
여기에 최근 달러 가치가 하락세를 이어가고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한 것도 중국 외환보유고 운영에 부담이 됐습니다.
현재 중국은 외환보유액의 절반을 미국 채권으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죠. 미 달러 가격이 하락하면 중국 자산 가치도 20~30%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폴 크루그먼 교수는 이를 ‘달러의 덫에 갇힌 중국(China’s Dollar Trap)’이라 표현했지요.
이에 따라 중국은 최근 외환보유고 운영에 새로운 변화를 가하고 있습니다.
달러자산에 편중된 외환보유고 다각화를 위해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에 운용자금 2000억 달러를 추가로 투입하거나 에너지와 광산, 귀금속에 집중 투자하는 새로운 국부펀드를 설립할 계획이라는 소식도 들립니다.
또한 전문가들은 중국이 외국환평형기금을 마련하는 한편 위안화 환율제도를 개선하고 자본 항목의 점진적인 자유화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밖에 위안화 무역 결제 범위를 확대하는 등 위안화 국제화 행보에 더욱 박차를 가해 가치가 하락하고 있는 달러화 자산 비중을 줄여 나가는 것도 향후 중국이 외환보유액을 안정적으로 운영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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