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제부는 이라크가 중국, 일본 등 다른 나라들에 대해서도 검토했지만 우리나라를 선택한 것은 한국이 경협 파트너로는 제격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여기에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선점효과가 기대된다는 것이다.
걸프전과 이라크전 이후 ‘그라운드제로’ 상태인 이라크로서는 재정의 95%를 원유 판매에 의존하고 있어 짧은 시간내에 급속한 경제발전 경험을 이룬 한국을 파트너로 삼게 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번 협정에서 우리 정부는 무엇보다도 에너지 안보가 국가적인 과제로 대두되고 있는 시점에서 또다른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세계 3위의 원유매장국인 이라크로부터 하루 25만 배럴(연간 9125만 배럴)의 비상 원유공급을 확약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는 하루 전체 국내 원유수입량(240만 배럴, 연간 8억7000만 배럴)의 10%를 웃도는 물량으로 현 정부 임기내 석유·가스 자주개발률을 2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약속이행에도 청신호가 켜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협정으로 국내 에너지 자주개발률은 8% 가량이 올라가게 될 것으로 지경부는 보고 있다.
여기에 유가 및 원자재 가격급등으로 교역조건이 크게 악화된 국내 기업들에게도 ‘장기공급계약을 통한 원유공급’이 경영안정에 가져다 줄 수 있는 효과는 수치로 설명할 수 없는 성과라는 평가다.
이라크가 유전개발과 인프라사업을 연계하는 첫번째 사업으로, 6억 배럴의 원유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미들 유프라테스(Middle Euphrates) 유전개발 및 카발라(Karbala) 정유공장 건설 연계사업에도 우리 기업의 참여가 검토될 전망이다.
지경부에 따르면 해당 4곳은 매장량 62억 배럴 규모의 키르쿠크, 32억 배럴의 다이하산, 6억 배럴 짜리 미들 유프라테스, 39억 배럴 수준의 이스트 바그다드로, 가스공사나 그밖의 국내 유전개발업체들은 이 가운데 다이하산과 미들 유프라테스 참여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밖에도 석유공사 등 국내 기업이 이라크내 유전개발 입찰 참여 기회를 추가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이와 함께 이 협정과는 관계없이 내년 1월로 예정된 가스전 7곳, 유전 5곳에 대한 4차 입찰에도 일부 응찰할 계획이어서 향후 국내 기업들의 이라크 유·가스전 개발사업 참여 폭이 넓어지고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지경부는 전망했다.
문재도 지경부 자원개발원전정책관은 “이라크 서부 접경지역에 대한 유전탐사 잠지력이 무한하다. 이번 협정에는 구체적인 내용이 들어가 있지는 않지만 사업을 위한 잠재력을 감안하면 사우디에 버금가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지경부는 아울러 이라크 정부 재정사업에 대한 재무부 지급보증을 합의한 것에도 의미를 두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불안감 때문에 선뜻 이라크 현지 사업이나 진출 프로젝트에 주저하고 있는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됐다는 점에서다.
따라서 이번 협정을 계기로 현지에 진출한 SK에너지, STX 등이 제철소, 정유공장, 비료공장, 주택 등 다양한 인프라 사업을 구체화할 수 있을 것으로 지경부는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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