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전면 쇄신론 요구에 홍역을 앓고 있다. 내년 대선 및 총선 전초전 성격인 4.27 재보선에서 완패했기 때문이다. 14개월이나 임기를 남긴 ‘안상수 체제’가 28일 무너지면서 여권은 대혼란의 후폭풍에 휩싸이게 됐다.
◇한 ‘비대위-원내대표’ 투표 체제 ‘당분간’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들은 28일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전원 사퇴했다. 당은 다음주 중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키로 했다.
안 대표는 이날 여의도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도부가 모두 책임을 통감하고 민심의 준엄한 목소리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다음주 비상대책위를 구성하고 최고위원이 모두 사퇴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당이 환골탈태하지 않고서는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한나라당은 민심에 따라 당을 쇄신하겠다”고 덧붙였다.
출범 8개월만에 ‘안상수 체제’가 무너지면서 한나라당은 비상대표체제로 한동안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당은 내주 중 새 원내대표와 비상대책위원장을 선출키로 함에 따라,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댕대회까지 이 같은 ‘투톱체제’로 꾸려질 예정이다.
한 최고위원은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함께 맡으면 특정 계파가 비상체제를 주도할 수 있다”며 “균형 차원에서 원대대표와 비대위원장을 분리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누가 비대위원장을 맡느냐다. 당내 개혁세력에선 중진급 중립인사가 위원장을 맡아야 재보선 패배 후유증과 당내 갈등이 봉합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수도권출신 재선 의원은 “위기에 몰린 수도권 인사가 비대위원장을 맡는 게 당에게도 유리할 것”이라며 “그러면 원내대표는 자연스레 ‘영남권’에서 선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원내대표 경선의 판세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친이계 안경률 이병석 의원간 양강구도를 형성한 가운데 황우여, 이주영 의원의 막판 추격세가 매섭기 때문이다. 특히 이병석 의원은 비대위원장으로 하마평이 나오고 있어 어떤 결과가 원내대표 경선과정에서 도출될지 예측키 어려운 상황이다.
◇민 ‘야권단일정당’ 건설 추진 박차
이번 재보선에서 압승한 민주당은 손학규 대표 체제를 공고히 하면서 국민참여당 등 야권과 통합에 박차를 가할 태세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참여당과의 통합과 관련, “민주당이 주도적으로 제안하는 것보다는 참여당과 유시민 대표가 결단을 통해 통합의 길을 선택한다고 하면 참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친노인사’인 백원우 의원은 “이번 재보선을 통해 ‘지도부 간 지분나누기’나 ‘여론조사를 통한 후보단일화’ 방식의 선거연대가 얼마나 허약하고 비효율적인지 확인했다”며 “이제는 야권단일정당 밖에 대안이 없다”고 밝혔다. ‘선거연대’론을 들고 나왔던 참여당 유시민 대표를 압박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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