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패물처럼 장롱 속에 모셔둔다는 소리를 자주 들으니 선뜻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또한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흔히 놓치는 사례를 통해 올바른 보청기 선택 요령을 알아본다.
Q : 보청기 구입 전 병원에 안가도 된다?
A : 보청기는 반드시 이비인후과에서 정확한 청력검사를 통해 전문의의 처방을 받아야 한다. 귀 전문 이비인후과에서의 올바른 청력검사가 중요한 이유는 청력과 유형 정도뿐만 아니라 고막이나 중이 내 이소골의 상태, 내이(달팽이관) 및 청신경의 상태 등을 분석함으로써 안 들리는 근본적인 원인을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Q : 청력검사는 아무곳에서나 해도 된다?
A : 허가 기준이 없는 보청기 판매점이 흔한 관계로 비전문 인력에 의한 청력검사 후 보청기 판매가 이뤄지는 곳이 많다. 청력검사를 위해서는 최소 주위의 환경소음을 20~30데시벨 이하로 차단시킬 수 있는 청력검사용 부스 외에 기타 전문적인 검사 장비 및 청각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Q : 안 들리면 무조건 보청기가 필요하다?
A : 단순히 소리가 안 들린다는 이유로 치료할 수 있는, 치료해야 하는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보청기만 착용한 채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있다. 전음성 난청 혹은 만성중이염 환자는 대부분 수술로 청력이 개선된다. 간혹 청신경 종양처럼 적극적인 치료를 요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Q : 보청기만 착용하면 예전처럼 잘 들릴 거다?
A : 대부분 보청기를 착용하면 귀가 정상일 때처럼 잘 들릴 것이라 기대한다. 실망스럽게도 보청기를 착용하더라도 귀가 정상일 때처럼 잘 들리지 않는다. 보청기를 통해 소리를 잘 듣기 위해서는 보청기를 본인의 귀에 맞게, 생활환경에 맞게 조절하고 적응하는 기간이 필요하다.
Q : 비싸고 유명한 보청기라면 안심된다?
A : 의료기기인 보청기를 광고와 브랜드만 믿고 선택했다가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보청기는 가전제품 고르는 것과 달라서 반드시 이비인후과 전문의와 청각사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레이건 대통령은 대통령 재임 시절 보청기 맞춤을 위해 워싱턴에서 LA에 위치한 세계적인 귀 전문 병원(House Ear Clinic)을 몇 차례나 왕래했다고 한다. 개인별 보청기 맞춤과 조절, 사후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시사하는 대목이다.
Q : 친구 보청기 껴봤는데 잘 안 들리더라?
A : 다른 사람의 보청기를 빌려서 껴보고 영 신통찮다며 꺼리는 경우가 있다. 보청기는 개인의 난청 정도, 유형, 연령 등을 고려해 착용해야 한다. 개인 청력에 따라 조절이 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보청기가 잘 안 들리는 것은 당연하다.
Q : 이어폰처럼 귀가 아플 것이다?
A : 이어폰을 오랫동안 꽂고 있으면 귀가 아프듯이 보청기도 귀가 아플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보청기는 획일화된 모양의 이어폰과 다르다. 본인의 귀 형태에 맞춰서 본을 뜨고 맞춤제작을 하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Q : 필요할 때만 착용한다?
A : 착용자 중 보청기를 껴도 소리가 잘 안 들린다거나 혹은 울린다며 필요할 때만 착용하는 이가 있다. 그러나 보청기는 지속적으로 착용했을 때 최대의 효과를 볼 수 있다.
Q : 보청기를 사드렸으니 가족의 도움은 필요 없다?
A : 비싼 보청기 선물을 해드렸다는 것으로 만족하고 더 이상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보청기 착용에 실패할 확률이 높아진다. 보청기의 성공적인 적응여부는 본인 뿐 아니라 가족들의 협조가 상당히 중요하다. 특히 나이 든 분들은 보청기를 사용하는 문제에 있어서도 잘 들리는가의 문제보다 귀에 제대로 끼워 넣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착용 성공에 중요한 관건이 된다. 또한 주변에서 격려하고 칭찬하는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보청기가 거추장스런 물건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가족과 친구들의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김만수 김이비인후과 원장은 “보청기 착용 후 제대로 된 관리를 받지 못할 경우 보청기 착용에 실패할 확률이 크다”며 “보청기 구입 후에도 착용에 익숙해질 때까지 적응기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원장은 “보청기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착용하고 있는 귀의 난청이 더 심해진 것은 아닌지에 대한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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