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위원장은 이날 북측 고위인사를 통해 방북 중인 카터 전 대통령 등 ‘디 엘더스(The Elders)’ 대표단에게 “이명박 대통령과 언제든지 만나 모든 주제에 대해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 대통령에게 사실상 남북 정상회담을 제안한 것으로 평가된다. 현 정부 들어 김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남북 정상회담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특히 김 위원장은 모든 주제에 대해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혀 현재 남북관계를 가로막은 천안함ㆍ연평도 사건에 대해서도 논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북한 군부는 천안함ㆍ연평도 사태로 사람들이 생명을 잃고 민간인이 사망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했으나 그에 대해 사과하거나 자신들의 연관성을 인정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은 신중한 반응이다.
한 당국자는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을 제의한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판단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의 언급에 대해 검토를 해봐야 한다”면서 “내일쯤에나 입장이 정리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도 지난 26일 내외신 브리핑에서 최근 카터 전 대통령의 역할에 대해 “북한이 제3자를 통해 우리와 얘기할 필요가 없다”고 언급한 것도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을 섣불리 기대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정부는 북한이 남북대화의 중요 변수인 천안함ㆍ연평도 사건에 대한 입장을 카터 전 대통령을 통해 전달받더라도 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고수해 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북대화나 북미대화에 언제든지 응할 수 있다는 기존 주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서 “(남북관계에) 당장 변화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우리 정부의 전략적 결정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물밑 조율을 통해 정상회담에서 북측으로부터 천안함ㆍ연평도 사건에 대해 만족할 만한 수준의 언급을 받아내는 조건으로 정상회담을 추진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다.
특히 분당에서 승리한 손학규 민주당 대표도 29일 오전 카터 전 대통령과 비공개 회동을 통해 북측이 정상회담을 제안한 전후 사정을 청취할 것으로 보여 회동 후 반응이 주목되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