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 남부 출신의 모에즈(39) 씨는 이탈리아 당국이 발행한 임시 체류 허가증을 보여주면서 "프랑스에서는 허가증이 있어도 두렵다"고 말했다.
튀니지 시민혁명 이후 모에즈는 배를 타고 이탈리아 람페두사 섬에 도착했고, 걸어서 국경을 넘어 프랑스로 불법 입국했지만, 프랑스 경찰은 그를 이탈리아로 돌려보냈다.
이탈리아는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그에게 체류 허가증을 발행, 유럽연합(EU) 회원국 간 자유로운 통행을 보장하는 솅겐협정에 따라 EU 내에 머물 수 있는 법적 권리를 부여했다.
하지만 프랑스는 자활할 수 없는 이민자들을 추방하겠다고 선언하고 파리, 마르세이유 등 주요 도시에서 튀니지인에 대한 일제 검거에 나섰다.
경찰은 지난 26일(현지시간) 파리 안팎에서 '체류법 위반' 혐의로 튀니지인과 이집트인, 리비아인 등 60여 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인권단체들은 체포된 이들 중에는 이탈리아 당국의 허가증을 가진 이민자도 포함돼 있다며 경찰의 검거를 비난했다.
파리에 있는 튀니지 시민단체 FTCR은 적십자사가 무료 급식을 하던 장소를 경찰이 급습해 이민자들을 체포했다며 "튀니지 이민자를 대상으로 한 인종 차별주의적인 표적 검거를 비난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유럽으로 밀려드는 이민자의 물결은 아랍권의 사회 불안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28일 영국 국영방송 BBC는 전했다.
특히 튀니지인들은 대부분이 불어를 쓰는 만큼, 과거 식민지배국으로서 튀니지와 밀접한 관계를 지닌 프랑스에 가기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프랑스는 순수한 정치적 난민 지원에 합당한 몫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난민 유입에 강경 노선을 취하고 있다.
이민자 문제를 놓고 마찰을 빚었던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지난 26일 대규모 난민 유입 시 솅겐협정의 효력을 잠정 중단하고 국경통제를 강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유럽연합(EU) 의장에게 보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작년 여름에도 무허가 야영지에 머무는 집시를 일제 검거, 루마니아와 불가리아로 추방하면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와 관련, 사르코지 대통령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지지도가 상승하는 극우당 '국민전선'과 표심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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