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대해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도덕적 해이(모럴헤저드)의 극치라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중인 대우차판매는 지난달 29일 기관과 개인투자자로 구성된 사채권자 집회 재소집 공고를 냈다.
지난달 20일 개최된 집회에서 이미 대우차판매가 제시한 기업분할 방안이 부결됐지만 이를 백지화하고 찬반 의견을 다시 묻겠다는 것이다.
당시 채권자들은 사측이 내놓은 채무상환 계획이 산업은행 등 채권금융회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하다는 이유로 기업분할을 통한 워크아웃 방침에 반대했다.
상법 496조는 사채권자 집회 소집자가 일주일 내에 결의 내용을 법원에 제출하고 인가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대우차판매는 이를 무시한 채 기업분할 찬성을 이끌어내겠다는 의도로 사채권자 집회를 재소집한 것이다.
대우차판매 관계자는 “집회 결의 내용에 대해 법원 인가가 나면 채권자들의 채무를 변제하거나 담보를 제공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하지만 현재 그럴 여력이 없다”며 “채권자들을 설득해 반대 결의 철회를 얻어내겠다”고 말했다.
법원이 채권자들의 결의 내용을 인가하면 설득 작업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는 만큼 번거로움을 없애기 위해 결의 내용을 백지화하겠다는 논리다.
법적 하자가 있다는 점도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법적으로 리스크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기업분할이 무산되면 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법적 절차 등을 고려할 처지가 아니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대우차판매의 무리수가 성과를 얻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상법은 집회 소집자인 대우차판매가 법원 신청을 미룰 경우 채권 수탁사인 증권사나 채권자 스스로가 대신 신청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대우차판매 회사채를 판매했던 동양종금증권과 대우증권 등 수탁사는 사측에 절차상 문제점을 지적하고 채권자들과 대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기관투자가는 “법무법인과 논의해 집회 결의 내용을 법원에 제출할 수 있는 기한을 5월 말로 연장한 상태”라며 “대우차판매의 의도대로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채권자들은 법원에 사채권자 집회 재소집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편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금융회사들이 이번 사태를 초래한 장본인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채권금융회사들은 대우차판매 워크아웃을 결정하고도 신규자금 지원을 중단했으며 채권자들과의 협상도 거부해 회사를 벼랑으로 내몰고 있다.
사채권자 집회에 참석했던 한 채권자는 “지난해 금호산업 워크아웃 때는 산업은행이 직접 채권단과 협상을 벌여 합의를 했지만 이번에는 수수방관하고 있다”며 “대우차판매가 위법 행위를 감행하게 된 것도 채권단의 지원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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