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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정로 컬럼] 외제차를 현금으로 사는 중국인, 돈은 어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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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5-03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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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찬 중국 금융연구소 소장

애스턴마틴사가 세계 시장을 겨냥해 77대만 한정 생산한 세계 최고급 승용차인 ‘원-77’모델이 중국에 출시되기 전에 예약 판매로 배정된 5대가 전량 매진됐다. 꿈의 자동차로 불리는 애스턴마틴의 ‘윈-77’은 시중 판매가격이 4,700만 위안으로 원화로는 약 78억원에 달한다. 중국엔 20억 이상의 자산가만 100만 명에 달하다 보니, 각 도시마다 루이뷔통, 로렉스, 헤르메스, 샤넬은 물론 고급자동차인 페라리, 벤트리, 벤츠 등 유럽 명차 매장을 흔히 볼 수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를 제조해 판매하는 독일 다임러 사의 최근 보도자료를 보면, 2011년 1~3월 판매대수는 전세계 약 28만대였다고 한다. 그 중에 중국 판매대수가 4만2990대로 일본 7317대와 한국 4691대를 합친 것보다 4배나 많다. 대지진의 영향으로 일본에선 지난 3월 벤츠 판매가 작년 같은 달에 비해서 22.5%가 감소했고, 한국에서도 56.6%나 떨어졌지만, 중국은 무려 80.4%나 성장했다. 메르세데스 벤츠에 중국은 아시아지역 최고의 충성스런 고객이다. 중국에서 메르세데스 벤츠 “S350”는 최소 93만위안(약 1억5810만원), 마이바흐(최고급 차종)는 362만위안(약 6억1540만원)이다.

중국도 백만장자가 늘어나면서 벤츠를 살 수 있는 고객은 IT회사 CEO나 주식으로 대박의 꿈을 이룬 신흥졸부뿐만은 아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수백만 위안하는 고급 외제차가 왜 그렇게 불티나게 팔리는 것일까? 얼마 전 베이징에서 찾아온 중국 친구로부터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승용차가 날개 돋친 듯 팔릴 때엔 주말이 되면 허름한 복장의 평범한 사람이 거액의 위안화 돈뭉치를 배낭에 넣고 고급 외제차 매장에 찾아온다고 한다. 물론, 비싼 외제차를 현금으로 사기 위해서다.

외국인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08년 중국의 1인당 가처분소득은 최고 부유층(전체 중국인 가정의 10%)이라도 4만3614위안(약 741만원)에 불과하다. 1대에 1억원을 호가하는 벤츠를 어떻게 살 수 있을까? 게다가 왜 현금으로 만 살까? 은행송금, 수표, 현금카드를 사용하지 않는 것인가? 1억원이 넘는 현금은 부지런히 저축해서 마련한 “장롱 예금”일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아니다.

중국부자의 돈은 어디서 나왔을까? 배낭에 현금을 넣고 온 중국인은 제대로 세금을 납부하지 않은 사람이다. 상당한 정도의 소득이 세원으로 포착되지 않았던 것이다.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만, 그 실태를 아는 사람은 드물다. 중국 사회경제체제개혁연구회의 왕사오루(王小魯)교수는 공식통계에 절대 실리지 않는 “회색 소득”의 규모를 추정하기 위해 중국 19성 78개 도시에서 4909명을 인터뷰 해서 내린 결론은 이렇다.

2008년 “숨겨진 소득”은 총 9조300억위안(약 1581조원)으로 추정되고, 명목 GDP의 30%에 달한다 공식통계는 같은 해 1인당 가처분소득이 1만6885위안(약 287만원)에 숨겨진 소득을 합친 실제 가처분소득은 2배에 가까운 3만2154위안(약 546만원)이다.

“숨겨진 소득”의 63%는 도시에 사는 최고 부유층 10%가 챙기고 있다. 최고 부유층 10%의 1인당 가처분소득은 공식통계에선 4만3614위안(약 741만원)이지만, 숨겨진 소득을 더한 실제 가처분소득은 3배 이상인 13만9000위안(약 2363만원)이다. 공식통계에 따르면 최고 부유층 10%의 소득은 가장 가난한 10%의 9배 정도이지만, 숨겨진 소득을 포함한 실제 차이는 31배나 된다. 이는 어디까지나 평균치다. 정상적인 비급여소득도 포함돼 있다지만 숨겨진 소득만으로 배낭 속에 수 억 원의 현금을 들고 나타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왕 교수는 이러한 “숨겨진 소득”을 “회색수입”과 “불법소득”으로 나누어 각각의 상세한 수법을 들어 수입원을 설명했다. 회색소득은 관혼상제와 관련된 자금, 국영기업 등의 임시 보너스나 복리후생비, 비공식적인 거래 등에 의한 소득으로 세원을 포착하기 어려운 것 등이다. 불법소득은 뇌물, 개인이익을 위한 직권남용, 공공사업 등에서의 부정, 시장가격에 의하지 않는 국유지·공유지의 불하 등으로 취득한 부정한 소득이다.

대부분의 “숨겨진 소득”은 정부관계자, 공무원, 국유기업 직원, 그들을 둘러싼 어용 상인, 개발업자 등이 만들어내고 있다고 판단했다. 공정한 부의 재분배가 필요하고 결론 지었다. 권력을 가진 공산당 간부·공무원과 그를 둘러싼 추종자들이 은밀하게 재산을 축재하는 행위가 만연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고 부유층 10%가 숨겨진 소득의 2/3을 빼앗아 가고, 나머지 1/3은 준부유층이 가져가 버린다. 현재 1949년 공산혁명 이전의 구태의 “사회적 불평등과 경제격차 확대”가 다시 만연하기 시작하고 있음을 명확하게 알 수 있다.

1950~60년대, 공산당 혁명정신은 도대체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개인 물건은 자신의 물건, 공공 물건도 자신의 물건인 것 같다. 적어도 중국의 한족은 “공산주의”에 적합하지 않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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