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을 줄 모르는 원자재시장> 변동성 고조…경기회복세 '찬물' 끼얹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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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5-03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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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일 고공행진 상품시장 불확실성 커져<br/>기업·정부 초긴장…제조업경기 직격탄 우려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상품시장의 변동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데 따른 불확실성이 경기회복세에 대한 확신을 반감시키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랠리를 지속해온 상품시장 일각에서는 최근 들어 조정신호가 감지되고 있지만, 기업들이나 각국 정부는 원자재 비용 부담이나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못하고 있다.

최근 1년간 로이터ㆍ제프리CRB지수 추이
*금과 원유 등 19개 주요 상품 가격 반영
이는 주요 원자재 가격의 향방을 점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탓이다. 일례로 산업계의 수요가 큰 구리 선물가격은 지난 1년간 27% 급등, 지난 2월 중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이후 10% 하락했다. 배터리 원료로 쓰이는 아연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하반기 39% 오른 아연은 지난 2월 연고점 대비 13% 떨어졌다.

안전자산 수요 증가로 치솟는 금값과 동반 오름세를 띠고 있는 은값 역시 지난 1년간 무려 134% 급등했지만, 지난 2일 하루만에 5% 급락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 운영사인 시카고상품거래소(CME)가 지난 주말 은 선물거래에 필요한 증거금을 갑자기 인상한 탓이다.

이와 달리 국제유가는 올 들어서만 25% 뛰는 등 여전히 승승장구하고 있다. 요 며칠 오름세가 주춤하긴 했지만, 전문가들은 오사마 빈 라덴의 사망 소식이 호재보다는 악재로 작용해 원유값을 더 끌어올릴 것으로 점치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36% 오른 가솔린 가격이 최근 사상 최고치인 갤런당 4 달러에 육박하면서 고유가가 정치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급기야 원유 투기세력에 대해 전쟁을 선포했다.

금값도 최근 1년간 32% 오르며 지난달 무려 13차례나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영국 귀금속 투자 컨설팅업체 GFMS는 최근 낸 보고서에서 "금시장이 전환 국면에 도달했다는 우려는 시기상조"라며 올해 금값이 평균 온스당 1455 달러, 연말까지 최고 1600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품시장이 들썩이자 기업들은 초긴장 상태다. 경기회복세와 맞물려 실적이 개선되고 있지만, 원자재 비용이 늘어나면서 마진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원자재 가격 급등이 되살아나고 있는 전 세계 제조업경기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제품 가격 인상으로 비용 부담을 덜어볼 심산이지만, 이는 일시적인 대책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신흥시장의 인플레이션과 맞물려 소비가 급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흥국 중앙은행이 인플레 압력을 낮추기 위해 긴축을 강화하면, 기업과 소비자들의 소비여력이 달리게 돼 수요가 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에 대해 미국이 통화부양이라는 자충수를 둔 결과라고 지적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잇딴 양적완화 정책으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달러화 가치가 미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을 높인 것은 사실이지만, 원자재 비용을 띄어올리는 역효과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WSJ는 약달러 기조는 해외에서 상대적으로 이익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유일한 장점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이마저도 상품 가격 상승으로 상쇄돼 오히려 기업들의 적자 규모가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의 상품가격 급등세는 세계 경제의 지각변동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품가격의 상승세는 일부 투기세력의 움직임 탓이기도 하지만,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의 수요가 급증한 결과라는 점에서 경제 권력의 축이 서구 선진국에서 동쪽의 신흥국으로 이동했다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FT는 같은 맥락에서 선진국으로 부가 집중된 세계 경제의 불균형이 해소될 때라야 상품가격 급등에 따른 혼란이 수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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