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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영화 왜?> 영화 '체포왕', 단순한 코미디는 아닌데 뒷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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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5-04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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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재범 기자) 영화 제목이 ‘체포왕’이다. 아마도 실제 경찰이 제목을 본다면 뜨끔할 것이다. 근래 경찰들의 실적 지상주의를 꼬집는 세간의 질타를 기억하기 때문일지 모른다. ‘체포왕’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실적지상주의를 내세운 경찰들의 이면을 건드린다. 때문에 경찰 측은 제작진이 요청한 촬영 협조 요청을 거절했다고 한다. 그 만큼 뜨끔했단 소리다. 영화 역시 뜨끔할 정도로 실적 올리기에 급급한 경찰들의 이면에 집중한다.

기본 구도는 ‘경찰 대 경찰’이다. 기존 형사 무비의 동어 반복을 피했다. 구도의 밑바탕은 몇 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마포 발바리’ 사건과 실적에 목을 맨 경찰 내부의 파벌 싸움이다. 파벌 싸움은 이른바 성골(경찰대)과 6두품(비경찰대)의 승진 차별 문제까지 거론한다. 이 역시 언론을 통해 보도돼 한 차례 파장을 겪은 바 있다. 



앞서 설명한 내용들을 ‘체포왕’은 모두 담았다. 할 말이 너무 많고, 산만하다. 하지만 중반 이후까지 풀어가는 방법은 예상외로 담백한 느낌이 강하다. 더욱이 이 같은 스토리를 ‘대한민국 대표 배우’ 박중훈과 ‘로맨틱 가이’ 이선균을 통해 코미디로 우려냈으니 꽤 볼만한 밥상이 될듯하다.

경찰 측의 촬영 협조 거절에 대한 보복성 설정일까. 영화는 실제 마포경찰서와 서대문경찰서를 배경으로 한다. 박중훈은 극중 ‘반칙계의 명수’인 마포서 강력팀 황재성 팀장. 서장의 승진에 일조해 비경찰대 출신인 자신의 신분 상승을 꿈꾼다. 때문에 오로지 실적만을 외친다. 반면 그의 상대는 경찰대 출신으로 서대문경찰서 강력팀에 부임한 신임 팀장 정의찬(이선균). 부임 첫 날 우연히 체포한 날치기 범을 재성에게 빼길 정도로 어수룩하다. 두 사람의 대결에 이유가 부여됐기에 남은 상황은 엎치락뒤치락의 연속이다.



이런 가운데 이들에게 일생일대의 사건이 떨어진다. 무려 실적 점수 2000점짜리 로또인 발바리 사건이 떨어진 것. 경찰이 이벤트로 벌이는 ‘체포왕’ 선발대회 우승을 노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체포왕에 오르면 상금도 있다. 공동 수사본부를 꾸린 이들은 서로 먼저 수갑 채우는 사람이 임자라고 선언한 뒤 작전에 돌입한다. 재성은 신분 상승을 위해, 의찬은 속도위반으로 임신한 애인과 결혼해 살 집 전세금 마련을 위해.

스토리 설정 상 경찰을 승진과 실적 및 상금에 눈 먼 샐러리맨이자 보통사람 혹은 속물로 그린 점은 상당히 발칙하다. 영화를 보고 있자면 ‘대체 이런 사람들에게 내 가족의 안전을 맡게도 될지’란 불안감마저 든다. 기존 경찰 조직이 가진 문제점을 건드렸다는 점에서 ‘체포왕’을 단순한 코미디로 볼 수 없게 만드는 이유다.



하지만 코미디 영화로서의 기본기에도 충실하다. 재성과 의찬을 축으로 한 마포서와 서대문서의 발바리 검거 작전에서 벌어지는 잔재미가 쏠쏠하다. 주진모, 이한위, 김정태, 임원희 등 충무로의 내로라하는 코믹 명인들이 그 웃음을 책임진다. 이른바 ‘대사발’ 하나만으로도 재미에 대한 충실성은 차고 넘친다.



다만 극 후반부에서 급하게 방향을 트는 분위기 탓에 영화 전체가 전복 위기로까지 몰린다. 영화적 기승전결을 위해 재성과 의찬의 개과천선을 강조한 부분은 관객들의 수준을 망각한 실수라 해도 무방하다. 뜬금없이 재성의 이혼한 아내와 딸들을 내세워 그 이유를 설명하려 들지만 쉽게 납득키 어렵다. 영화가 마무리 될 쯤 의찬의 속도위반 역시 꼭 필요했을까란 생각마저 든다. 결국 속물근성의 두 사람이 한 순간의 깨우침으로 진짜 경찰이 됐다는 얘기를 위해 뒷심에 집중한 무리한 결과다. 처음 언급된 너무 많은 것을 한 번에 담아내려한 감독의 욕심이 과한 패착이다.



명품 배우와 꽤 괜찮은 스토리 설정, 하지만 무리한 욕심이 낳은 아쉬운 한 편이 영화 ‘체포왕’이다. 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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