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금융사 직원들 사이에 유행하는 말이다.
최근 금융권에서 각종 보안문제가 불거지며 사람들이 이 말을 가장 많이 주고 받는다고 며칠 전 한 은행 직원이 기자에게 전해준 얘기다.
"일단 우리는 안전하지만 (해커 공격 등 외부로부터 받는) 미세한 영향은 있다"는 식이다.
실제로 현대캐피탈 해킹 사건과 농협 전산망 마비사태에서 보듯 해커들의 공격에 금융권 어디도 100%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임이 드러났다. 특히 농협의 경우 검찰 조사 결과 북한 소행으로 결론이 나 완벽히 통제할 수 없는 변수들이 존재함을 시사했다.
해커들 사이에 보안을 확신하는 금융사들이야말로 해킹에 표적이 된다고 하니 '미세한 영향'이란 조금 모자란 듯한 시스템이 일면 필요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금융사를 믿고 거래를 한 고객들에게도 이 같은 태도가 통할지는 의문이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수십만명의 고객 중 내가 그 한명이라면, 그래서 2차·3차 범죄위험에 계속 노출돼 있다면 이 말은 핑계에 불과하다.
또 20일 가까이 은행에서 입출금을 하지 못하고, 카드결제도 제때 할 수 없어 내 자금줄이 막혔다면 이는 더 이상 미세한 영향 탓으로만 돌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미 금융사들은 보안과 관련해 아웃소싱에 크게 의존한다는 점이 드러났고, 보안 관련 투자비용도 금융감독원의 기준을 계속 밑돌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보안에 있어 금융사들의 관리와 통제가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외부 탓으로 여전히 돌리는 것은 고객의 신뢰를 또 한번 져버리는 행위다.
금융사들이 고객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느낄 때 미세한 영향은 그나마 이해할만한 말이 될 수 있다. 요리조리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기보다는 금융사의 내부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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