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금감원, 조직 최대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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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5-04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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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원비리 등 관리소홀 질타.. '조직혁신 TF 구성' 지시

(아주경제 장용석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부산저축은행의 불법대출, 분식회계, 횡령, 특혜인출 등의 총체적 금융비리 사건과 관련해 금융 감독 당국의 관리 소홀을 거듭 질타하고 나섰다.
 
 특히 이 대통령은 이번 사건에 금감원 직원도 직접 개입한 사실을 들어 철저히 조사해 엄중 대응할 것을 관계당국에 지시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4일 사전예고 없이 금융감독원을 방문, 권혁세 금감원장 등으로부터 이번 사건 현황 등에 대한 보고를 받은 뒤 “부산저축은행 등 대주주와 경영진이 용서 받기 힘든 비리를 저지른 걸 보면서 여러분의 역할에 대해 나 자신도 국민도 분노에 앞서 슬픔이 들었다”며 “‘이렇게까지 공정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는데도 일찍이 금감원은 뭘 했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금감원이) 오랫동안 금융을 감독하면서 오히려 감독을 받는 기관보다 나쁜 관행과 조직적 비리가 생겼다”고 지적하면서 “저축은행 비리도 어제 오늘 일이 아닌데, 그동안 문제를 못 찾은 건지 안 찾은 건지 알 수가 없다”고 개탄했다.
 
 이와 관련, 이 대통령은 ‘금감원을 떠나기 몇 년 전부터 다음에 갈 자리를 관리하는 관습이 있다’는 전직 금감원 출신 인사의 제보 내용을 소개하며 “난 믿고 싶지 않지만, 수긍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지금도 (다음) 보직 관리에 들어간 간부도 있을 것이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런 눈에 보이지 않는 관습이 10~20년 전부터 쌓여서 문제가 된 것이다”며 “지금도 나타나진 않았지만 곳곳에 비리와 문제가 잠복해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현 상황을 “금감원 조직 최대의 위기”로 규정한 뒤, “신용이 생명이고 그 신용을 감독하는 기관의 신용이 추락한 건 직원 개개인이 아닌 국가 신뢰의 문제다. 서민이 피땀 흘려 낸 세금까지 몇몇 대주주 등 힘을 가진 사람을 위해 쓰인다면 ‘공정한 사회’라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세계적 위상이 높아졌지만, 아직 곳곳에 후진국에나 있을 법한 비리가 있다. 권력형 비리, 더 많이 가진 사람들의 비리는 용서 받아선 안 되고, 그런 일에 협조한 공직자도 용서 받아선 안 된다”며 “이번 일도 과거처럼 적당히 시간이 지나면 넘어갈 것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권 원장 등에게 “조직이 잠시 살기 위해 편법을 쓰려고 해선 안 된다. 이번 기회에 제도와 관행을 혁파해야 한다”면서 “새롭게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이번 기회에 기존 관습을 버리고, 여러분 스스로 각오를 다지면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금감원 직원 중에서도 본인은 깨끗하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곳곳의 잘못을 감지하면서도 그냥 지나간 경우가 있을 것이다”며 “1500명 금감원 직원은 누구든 금감원을 제 위치에 올려놓기 위해 협조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금감원이 금융산업에 철저한 감독 역할을 하고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뼈를 깎는 자기희생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의 이날 금감원 방문엔 백용호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대기 경제·홍상표 홍보수석비서관 등이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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