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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사실 조각가' 최수앙 '너는 누구냐'..성곡미술관서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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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5-04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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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앙, The Hero, 2009, 34x45x110cm, Oil on Resin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누드 할아버지'가 발가락에 힘을 준채 서 있다. 꽉 쥔 손, 핏발 선 눈. 이 할아버지, 뭔가 할말이 많은 듯하다.

서울 신문로 성곡미술관 2관 전시장 1층에 전시된 'The Hero'라는 제목이 붙여진 이 형상은 극사실 조각가 최수앙(36)의 아버지다.

세월과 삶의 무게에 주름지고 늙었지만 아직도 눈빛만은 쨍쨍하다.

격동기를 지나온 아버지를 통해 경제발전이라는 대의를 달성한 대표적인 박정희 시대의 전형적인 인물상으로 만들어냈다.

해병대 출신이자 30여년을 공무원으로 재직한 아버지의 나신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그는 영웅인가 혹은 희생양인가 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하지만 모델을 선 아버지는 자신이 작품이 된 사실을 아직 모른다. 

진짜 피부같은 섬세함과 사실적인 손톱과 발톱, 최수앙의 트레이드마크다.

하지만 변했다. 극사실조각가라는 꼬리표를 떼고 싶었다는 작가는 이번 전시엔 얼굴을 뭉갠 신작을 선보인다.

레드카펫이 깔린 단상위에 2명씩 8줄로 서서 합창하고 있는 아이들이 서 있는 'Voices'라는 작품은 얼굴이 '포커스 아웃'됐다. 얼굴형태는 있는데 눈코입이 모두 흐릿하게 감추어졌다. 표정만이 존재한다. 반면 합창하는 아이들의 옷과 구두는 반짝반짝 빛이날 정도로 선명하게 표현되어 있다.
 
Voices & Wings,성곡미술관 1층전시실전경.

획일화된 자세와 포즈, 무엇이 이 아이들을 이토록 규격화 시킨 것일까. 얼굴없는 아이들 위로 날개가 달려있다. 깃털이 아니다. 진짜 손인가 싶을 정도로 사실적인 손들의 겹침으로 만들어낸 날개. 서로가 만지고 만져지며 각자를 부여잡고 있는 손들은 이 세상은 '보이지 않는 힘'에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성곡미술관 내일의 작가'로 선정된 최수앙이 4일부터 자신의 이름 석자를 걸고 전시를 시작했다.

인체를 주제로 작업하며 놀랍도록 사실적인 형상으로 미술시장에 스타작가로 떠오른 그는 그동안 병리학적 주제와 관련된 용어들을 타이틀로 전시해왔다.

'가려움증(Pruritus)', '식물인간(Vegetative State)', '아스퍼거의 섬(Islets of Aspergers)'.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소통의 부재에 대해 이야기한다.

놀랍도록 사실적인 형상은 크지도 작지도 않은 크기로 발길을 사로잡는다. 사람도 실험실의 쥐 처럼 될 수 있다는 사실과 쓰레기통에 쳐박힌 인간형상을 통해 '버려진 사람들'에 대해 환기시킨다.

3개층 공간에서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그동안 선보였던 작가의 작업세계를 총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과연, '무엇이 진정 가치 있는 것인가, 무엇에 가장 큰 가치를 둘 것인가'라는 원초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전시는 6월 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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