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5월 첫 협상을 시작으로 4년여에 걸친 대장정이 최종 목적지를 눈앞에 둔 상황이다.
◇세계 최대 경제권과 무관세 교역
한ㆍEU FTA가 잠정 발효되면 양측이 품목별로 합의한 단계에 따라 무관세로 수출입을 할 수 있게 된다.
관심 품목인 승용차의 경우 양측 모두 배기량 1,500㏄ 초과 승용차는 3년 이내, 1,500㏄ 이하 승용차는 5년 이내에 관세를 단계적으로 철폐토록 했다. 민감 품목인 쌀은 관세 철폐 대상에서 제외됐다.
한ㆍEU FTA가 잠정 발효되면 한국과 EU 간 무역, 투자, 서비스 등 경제 각 분야에서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 27개국으로 구성된 EU는 2009년 국내총생산(GDP)이 16조4000억달러로, 세계 전체 GDP의 30%를 차지할 뿐 아니라 미국(14조3000억달러)보다도 앞선 세계 최대의 단일 경제권이다.
또 우리나라와의 교역액이 지난해 922억달러로, 중국에 이어 두번째로 큰 우리나라의 교역 상대국이기도 하다.
더구나 EU는 평균 관세율이 5.3%로 미국(3.5%)보다 높은 것은 물론 한국의 주요수출품목인 자동차(10%), TV 등 영상기기(14%), 섬유.신발(최고 12~17%) 등의 관세율이 매우 높다.
이에 따라 FTA를 통해 관세가 철폐되면 한국 수출품들은 그만큼의 가격경쟁력을 갖게 돼 경제적 효과가 클 전망이다.
◇잠정발효, 공식발효와 효력 같아
다음달 국회에서 공인회계사법 등 9개 관련법안이 처리되면 한국과 EU 양측이 합의한 대로 한ㆍEU FTA가 오는 7월1일 잠정 발효된다.
한국은 국회 본회의에서 비준동의안을 통과시키면 모든 절차가 끝나지만, EU는 유럽의회에서 먼저 심의해 FTA 협정문을 승인한 뒤 27개 회원국의 각국 의회에서도 이를 심의, 승인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 때문에 양측은 FTA의 조기 효력 발생을 위해 유럽의회 비준동의만으로 FTA가 잠정발효토록 한다는 데 합의하고 이를 협정문에 명시했다.
잠정 발효는 공식 발효와 같은 효과를 갖는다. 문화협력과 지적재산권 형사집행 분야는 EU 회원국 전체의 동의를 받아야만 발효될 수 있지만, 이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협정의 1%에도 못 미친다.
한국과 27개 EU 회원국이 비준 절차를 모두 완료하면 상대방에 이를 통보하고, 통보한 날로부터 60일 이내 또는 양측이 합의한 날에 협정이 공식 발효된다.
유럽의회는 지난 2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의사당에서 본회의를 열어 한ㆍEU FTA 비준동의안을 승인했다. 이어 27개 EU 회원국이 나라별로 비준동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한.미 등 다른 FTA도 속도낼듯
한ㆍEU FTA 체결은 EU 소속국가 27개국과 동시에 FTA를 체결한 효과를 갖게 돼 우리나라가 앞으로 미국, 일본, 중국과 FTA를 체결하면 유럽-동아시아-미국을 연결하는 'FTA 허브'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미국뿐 아니라 일본, 중국을 제치고 동아시아 국가 최초로 EU와 FTA를 체결해 유럽시장에 대한 선제적인 진출 효과가 기대된다.
한ㆍ미 FTA 비준을 위한 긍정적 효과도 예상된다. 국내에서도 한ㆍ미 FTA 비준이 본격적으로 논의되는 것은 물론 미 의회의 한ㆍ미 FTA 비준을 자극하는 효과도 거둘 것으로 보인다.
한ㆍEU FTA로 양국 간 관세가 철폐되면 한국 내에서 EU 기업과 경쟁하는 미국 기업은 물론 유럽시장에서 한국과 경쟁하는 미국 기업도 타격을 받을 수 있어 미 의회가 비준을 서두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중국이 협상 개시를 간절히 원하고 있는 한ㆍ중 FTA나 양국 정상이 올해 안에 협상을 타결짓기로 뜻을 모은 한ㆍ호주 FTA 등도 점차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최석영 FTA교섭대표는 “한ㆍEU FTA 비준으로 우리 기업의 대외 수출경쟁력이 크게 높아지는 것은 물론 정부의 'FTA 허브' 전략 추진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다만 한ㆍ미 FTA에 대해 야당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는 점과 구제역으로 축산업이 큰 타격을 받아 중국 등 농업대국과의 FTA에 농민들의 반발이 크다는 점은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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