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진단]‘관치’회귀 움직임 우려…5% 경제성장률 고집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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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5-06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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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지는 불확실성 장기대책 세우기 어렵다…4인 전문가 긴급 진단

(아주경제 김선환 기자) '수렁에 빠진 한국경제'를 구하기 위한 해법은 무엇일까. 유가와 원자재, 환율은 장기 대책을 세우기가 어려울 정도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물가는 치솟고, 경제컨트롤 타워는 보이지 않는다. 서민경제의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며 목소리는 높지만, 누구 하나 책임지려는 자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기업친화정책을 표방한 현 정부가 오히려 관치경제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우려를 제기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일본발 대지진, 중국의 긴축경제, 미국의 경기회복 지지부진 등 대외악재는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

아주경제는 5일 4인의 경제전문가들과 긴급 전화인터뷰를 통해 우리 경제에 불어닥치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이고, 바람직한 해결책을 모색했다.<편집자주>

경제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정부가 올해 성장률 5% 목표를 무리하게 달성하려다 보면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내외 기관이 4% 초·중반대로 보고 있음에도 정부만 유독 5%를 내건 데 대해 자산버블 가능성까지 경고했다.

정부는 올해 우리 경제가 5% 내외로 성장하고 취업자수는 28만명 내외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중앙은행 기대치보다도 0.5% 포인트나 낮게 계상해 물가당국과 인식의 갭이 큰 상황이다.

1월 소비자물가가 4.1%, 2월 4.5%, 3월 4.7%에 이어 4월에도 4.2%로 넉달 연속 중앙은행의 통제선을 벗어난 상황에서 정부가 성장률을 하향조정하지 않는다면 버블로 이어져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경제개혁연대 소장인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정부가 가능한 정책수단을 다 동원하면 5%가 아니라 6% 성장도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리하게 정책수단을 쓴다면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상조 교수는 “단기간 내에 5%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재정·금융 확장 정책이나 고환율 정책을 쓰면 대기업에만 혜택이 돌아가고 중소기업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최근들어 서민·중소기업 정책을 강조해 왔는데 이런 것들은 장기적으로 일관된 정책을 쓸 때만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므로 5% 성장 목표에 너무 집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는 “현재 3.0%로 최저 수준인 기준금리를 하루 빨리 정상화시키는 게 중요하다”며 “이런 시점에서 정부가 장밋빛 경기 전망을 내놓을 경우 자칫 기준금리 정상화가 지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KERI) 거시연구실장을 지낸 허찬국 충남대 경상대 교수는 거시지표와 체감경기가 괴리가 커지는 데 대해 "수출비중이 높은 게 문제"라면서 "해외의존성을 개선하기 힘들다면 정책적인 유연성이 커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경제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무역의존도'를 줄이지 않는다면 대내외 환경변화에 따라 울고 웃어야 하는 상황이 계속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경쟁국들은 한국경제의 급부상에 대해 견제하려는 움직임을 노골화하고 있다. 이미 미 상무부측은 처음으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하단냉동고형 냉장고에 대해 사상최초로 무역상계관세 부과 및 덤핑조사를 시작했다. 정부의 보조금 지급 정책이 '신성장동력 정책' 전반으로 확산될 경우 엄청난 후폭풍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안팎의 전망이다.

그는 “어떤 식으로든 내수비중을 높여야 한다”며 다만 “수출경쟁력 때문에 환율같은 데 목매고 있으면 금융시장 등 엉뚱한 곳에서 불균형이 발생하고 위기가 발생한다”고 말해 자금유출입에 대한 정부의 유연한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우리 경제구조가 해외 경제활동을 통해 먹고 사는 특성상 2008년 처럼 대외사정에 큰 충격이 있을 수 있다는 상황을 항상 가정하고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책임지고 추진해 온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조만간 경질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제컨트롤 타워의 장기 부재는 이미 현실화돼 있다.

민간 전문가들은 이해관계자들의 밥그릇 싸움으로 전락한 '서비스산업 선진화 정책'이 현 정부 임기 내에는 이미 물건너갔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오석태 SC제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내실을 다지는 게 중요하다”며 “정부가 성장률에 연연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조언했다.

유럽발 재정위기 가능성과 중국의 경제정책 운용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시점에서 대외의존도가 큰 우리 경제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고 정책오판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오 이코노미스트는 “정부가 정책을 세우는 데 많이 힘들어하는 것 같다”며 “정책방향에서 성장률, 인플레이션 문제 등 예측과 반대의 경우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원화 국제화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다. 중소 수출기업들이 환리스크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점 때문에 경영에 전념해야 하는 것도 모자라는 판에 환리스크 대책을 세워야 하는 이중부담을 떠안고 있는 데 대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도 촉구했다.

경제전문가들은 정부와 여당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의도적으로 경기를 부양할 수도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필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는 내년에는 큰 선거가 두번이나 있어 당정이 가시적인 성과를 올리려고 애를 많이 쓸 것”이라며 “내실이 먼저다. 성장률도 중요하지만 신산업이나 중소기업 발전 등에 중점을 둔 중장기적인 정책이 알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중요한 것은 서민경제가 하루 빨리 살아나야 한다는 점"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정부도 허리끈을 졸라 매고 앞장서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들어 MB측근 인사들로부터 시장경제를 훼손하는 발언이 잇따르는 데 대해 이 교수는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 교수는“정부 주도로 주주권을 행사할 경우 전문성 부족으로 인해 기업경영이 부실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더 나아가서 관치수단으로 정치수단으로 이용되면서 시장기능이 왜곡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 교수는 "찬성하는 쪽에선 관치 논란을 불식하기 위해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별도의 위원회를 별도로 설치하면 된다는 입장이지만, 반대하는 쪽에선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의구심이 크다"고 말했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의 '기업팔비틀기'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의 재벌개혁 논란등이 시장에서 잘못 왜곡될 경우 어렵사리 회복된 '비지니스 프렌들리(기업친화형)' 정책이 뒷걸음질 칠 수 있다는 지적인 셈이다.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의 '초과이익공유제' 발언의 후폭풍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이렇듯 반시장적인 정책이 나오는 배경에 대해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우려를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동반상생을 정착하기 위해서는 보다 공공기관의 의식개혁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와 관련, 정부가 최근 공공부문에서 올해부터 실시하기로 한 ‘공공기관-중소기업 인사교류’ 등을 보다 구체적이고 실효성있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

아울러 한·EU FTA 통과에 따라 골목상권 붕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한 데 대해서도 경제전문가들은 관심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그러잖아도 구제역 파동으로 축산농가에 대한 보상금 지급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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