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처음 해외시장에 문을 두드리면서 기존 선발업체의 제품과 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이를 바탕으로 저렴한 가격과 높은 품질, 향상된 디자인을 무기로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방식을 채택했다.
그 결과 TV 부문에서는 5년 연속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선발업체인 소니는 3위로 밀렸다. 휴대폰 시장에서도 노키아에 이은 2위다. 가전 역시 2015년 글로벌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반도체 역시 메모리 부문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LCD도 LG디스플레이와 1, 2위를 다투고 있다.
최근 떠오르고 있는 삼성전자의 모바일AP 역시 영국 ARM사의 설계를 받아들였다. 결국 ARM 기반 AP칩 생산자에 한정됐을 뿐 인텔과 차세대 AP 시장을 경쟁하는 위치에 오르지 못했다.
갤럭시 시리즈의 선전도 비슷한 양상이다. 갤럭시는 애플의 운영체제인 ‘iOS’와 경쟁하는 구글 ‘안드로이드’ 진영의 대표주자일 뿐이다. 실제 경쟁은 애플과 구글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바다'라는 고유 OS를 개발하고, 전용 제품을 출시하지만 여전히 시장은 애플과 구글이 대세를 이룬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모바일 역시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결국 애플리케이션 등 소프트웨어를 통한 수익은 고스란히 구글에 넘겨줄 수밖에 없다. 애플의 영업이익이 삼성전자보다 3배 상당 높은 것도 소프트웨어의 차이에서 비롯됐다.
여기에 차별화 역시 숙제로 남았다. 최근 인텔이 3D 반도체 개발 및 연내 양산을 발표했다. 일본 엘피다도 20나노급 D램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독보적인 기술에 해외 경쟁사들이 지속적인 도전장을 던지는 모양새다. 경쟁사에서 범접할 수 없는 삼성전자만의 독보적인 기술이나 고객들을 만족시키는 삼성전자만의 브랜드 파워 및 서비스 강점이 없는 이상 이같은 도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과거 삼성전자가 세계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 당시 글로벌 IT 시장은 인텔과 윈도가 주도했다. 하지만 최근 애플을 비롯해 ARM, 구글 등 새로운 시장 주도자가 탄생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는 경쟁력 있는 제조업체로 성장했지만 여전히 새로운 생태계를 개발하는 리더의 위치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등 후발주자들의 추격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제조업 자체만으로 삼성전자의 경쟁력을 유지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시장의 트렌드를 주도하고 이를 통해 단순한 추격자들이 범접할 수 없는 삼성만의 아이덴티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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