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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자가 있어 더 친근한 발레 공연 '코펠리아'. |
(아주경제 김나현 기자) “저요 저요!”
아이들이 너도 나도 손을 흔들며 질문에 대답한다. 어른들은 오랜만에 동심의 세계로 나들이 온 것처럼 입가에 마냥 흐뭇한 미소를 띄운다.
지난 8일 막을 내린 국립발레단의 ‘코펠리아’의 공연장은 그랬다. 가슴 따뜻해지는 동화 속 나라로 마음 편히 몸을 맡긴 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70분이 지나갔다.
‘코펠리아’는 E.T.A 호프만의 단편소설이 원작이다. 과학자 코펠리우스가 만든 코펠리아라는 인형을 마을 사람들이 살아있는 사람으로 착각하면서 일어나게 되는 해프닝을 다루고 있다.
국립발레단의 ‘코펠리아’는 이 같은 이야기를 ‘만화처럼 재미있는 카툰발레’라는 컨셉을 가지고 보다 쉽고 밝게 그려낸다. 배우들의 표정은 위트와 유머가 넘치고 제스처나 마임도 다른 발레보다 크고 역동적이다.
무엇보다 다른 발레 공연과 차별화된 점은 바로 ‘해설자’가 있다는 것. 공연에서 해설자가 있으면 자칫 흐름이 끊기게 될 수 있다는 염려를 많이 한다. 하지만 ‘코펠리아’에서 그런 염려 따윈 필요 없다. 해설자가 나와 작품에 대한 설명을 시의 적절하게, 위트 있게 해낸다. 발레에 대한 이해를 돕는 마임에 대한 설명 등으로 공연을 자연스럽게 이어나간다.
해설자 김준희의 유머감각과 센스 있는 제스처는 공연 전반의 분위기를 호응도 높게 이끌어냈다. 배우들의 연기력과 발레 실력도 수준급이다. 이날 ‘코펠리아’역의 김리회는 정말 인형 같은 몸동작으로 관객들을 놀라게 했다. ‘스와닐다’ 역의 박슬기는 다양한 표정으로 즐거움을 선사했다. 특히 푸에테(회전) 동작은 일품이었다. ‘프란츠’ 역의 윤전일도 바투(발교차) 동작을 멋지게 해내 연거푸 ‘브라보’ 소리를 울려 퍼지게 했다.
‘코펠리아’에서 또 한 가지 특별한 점이 있다면 공연 중간 중간에 푯말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푯말을 통해 박수를 쳐야하는 순간을 알려주기도 하고 커튼콜이 시작됐다는 사인을 보내기도 한다. 재치 있는 푯말들은 잊을만하면 나와 웃음을 선사한다.
‘코펠리아’에선 ‘예쁘다’라는 말이 연신 터져나오게 하는 파스텔톤의 아름다운 의상들도 볼거리다. 연두빛, 핑크빛, 하늘빛의 색색깔의 옷들은 보는 이들을 즐겁게 한다.
또한 스토리가 그저 희극으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국립발레단의 ‘코펠리아’는 괴짜 코펠리우스 박사가 인형을 사람으로 만들려고 한다는 원작의 내용에 사연 한 가지를 추가했다. 바로 코펠리우스 박사가 죽은 부인을 잊지 못하는 아픔에서 인형에 생명을 불어넣게 됐다는 사연이다.
이 같은 사연에 관객들은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코펠리우스 박사에게 연민을 느끼게 된다. 극중에서도 마을 사람들은 코펠리우스 박사를 이해하게 되고 화해하게 된다. 결국 ‘진실된 마음은 통하게 마련이다’라는 교훈도 남기며 끝을 맺는다.
‘코펠리아’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2막 중 박사의 집에서 있었던 에피소드가 조금 길어서 1막에 비해 지루한 감이 있었다는 점이다. 다른 에피소드를 더 가미했더라면 극의 긴장감을 지속시킬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위트와 유머가 넘치는 안무, 연기와 해설자의 등장 등으로 ‘발레의 대중화’를 이끌었다는 점에서 국립발레단의 ‘코펠리아’는 앞으로도 기대가 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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