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율'이 낮다고 몇 번이나 말하지 않았냐."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6일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을 신임 기획재정부 장관에 내정하는 등 5개 정부 부처 장관에 대한 개각을 단행했다. 당초 최대 8개 장관직에 대한 교체가 예상됐던 데 비하면 규모가 줄어든 것이다. 특히 내정자의 면면은 정치권과 언론의 예상을 크게 벗어났다.
사실 이 대통령에겐 임기말 친정체제 구축의 필요성도 있었지만, 이번 개각을 통해 '달라졌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도 컸다. 그런 점에서 장관 내정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던 대통령 측근 인사들이 배제되고, 또 최측근 인사로의 교체설이 돌았던 통일부·법무부 장관이 유임된 건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청와대가 이번 개각을 앞두고 정치권·언론과의 '수 싸움'에만 골몰했던 게 아니냐는 의심은 여전히 남아있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개각 당일 오후 7시를 좀 넘겨 명단을 공식 발표하면서 "일주일 전에 확정됐다"고 주장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청와대는 그간 개각 발표에 앞서 엠바고(보도유예) 요청과 함께 언론에 명단을 사전 공지해왔으나 이번엔 그런 '관례'가 깨졌다. 발표 시점 또한 계속 오락가락했다.
청와대가 장관 후보자의 도덕성 등에 대한 검증 강화를 위해 도입한 '모의 청문회'도 내정자 가운데 단 두 사람에 대해서만 실시됐다. 뭔가 허둥지둥했다는 느낌이다.
오히려 당일 오후 3시쯤 발표된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 결과가 개각의 결정적 변수가 됐다는 분석에 믿음이 간다.
청와대는 "재·보선과 관계없이 준비했다"는 개각을 일주일이나 미뤘다. 또 '개편' 대상으로 꼽히는 인사가 개각 인선을 사실상 주도했다.
민심은 이미 4·27 재·보선을 통해 확인됐다. 이 대통령의 임기도 2년이 채 남지 않았다.
'소나기는 일단 피하고 보자'는 임기응변식 대응이 아니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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