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가 ‘서민생활안정’을 선언했지만, 취임도 하기 전에 정부가 내놓은 공공요금 인상정책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그나마 정부가 만지작거리던 유류세 인하 카드는 국제유가 급락으로 써보지도 못하고 물거품이 될 처지다.
9일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 등에 따르면 하반기 물가 등 서민생활고가 ‘시계제로’ 상태로 치닫고 있다. 정부가 쓸만한 카드를 전부 동원하면서 물가안정을 공언했지만, 어디를 봐도 서민생활이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공공요금은 정부가 나서서 줄줄이 올리는 반면 세금인하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다. 박 재정부 장관 내정자가 ‘서민물가와 일자리창출’에 사심없이 올인하겠다고 한 게 무색할 정도다.
지경부는 이달부터 서민들이 주로 사용하는 도시가스요금을 월평균 약 1130원 인상했다. 주택용 도시가스요금 증가율은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4.2%)을 크게 웃도는 4.9%에 달한다. 이마저도 가스요금 연동제에 따라 나머지 1.0%포인트를 추후 반영한다는 방침이어서 더오를 여지만 남아 있다.
여기에 정부는 7월부터 전기료 인상을 예정대로 강행한다는 방침이어서 서민생활을 안정시키겠다는 의지마저 의심케 하고 있다.
정부의 기업때리기가 부메랑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유사들은 지난 5∼ 7월 석달간 휘발유 등 석유제품 가격을 ℓ당 100원씩 내렸지만, 8월부터는 이 또한 원위치된다. 일부에서는 정유사들의 한시적 가격인하가 오히려 사재기를 부추겨 8월 후폭풍을 우려하는 눈치다.
이런 가운데 전체 유류가격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유류세 인하 카드 역시 물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가 지난 6일 하루만에 12%(13.92달러) 넘게 급락, 100.48달러를 기록했다. 140달러를 유류세 인하 시점으로 보던 정부는 반색할 일이지만 체감경기를 호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금리 상승 분위기도 서민가계를 짓누르고 있다. 오는 13일 한국은행이 5월 금융통화운영위원회를 열어 최소한 0.25%포인트 이상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가계부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따라 오를 수밖에 없어 서민가계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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