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발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매우 중요한 한국의 핵 안보 정상회의 개최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거다. 한국과 독일은 분단의 역사를 공유하고 있다. 독일은 한국의 동반자로서 공격적인 북한 태도를 깊이 비판하고 있다. 독일은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성과를 가져올 것으로 생각한다. 우린 자유무역을 프랑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강조할 거다.
◇이명박 대통령=지난해 11월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여러 난제가 있었음에도 최종 합의에 이를 수 있었던 데는 메르켈 총리의 역할이 컸다. 역사적인 한·EU FTA가 올 7월1일 발효된다. 이것도 여러 난제가 있었으나 독일이 선도해 성사됐다. 올 하반기와 내년이 되면 양쪽 모두 통상이 크게 늘어나고, 인적·교육 교류 등 여러 측면에서 삶의 질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할 거다.
오전에 브란덴부르크문을 걸어서 지났다. 과거 서독령(領)에서 동독령으로 지나가면서 21년 전 독일의 감격적인 통일을 생각했다. 그 문을 통과하면서 우리도 언젠가 대한민국 땅에서 북쪽 땅으로 자유롭게 걸어갈 때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국민은 (통일)독일이 경제적 성장뿐 아니라 사회·법률·제도 등 여러 측면에서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동·서독 통일을 보며 한국의 통일을 연상하는 게 사실이다. 메르켈 총리와 독일 정부가 남북한 문제에서 적극적으로 한국 입장을 지지해줘 고맙다. 연평도 포격 사태가 있었을 때 가장 먼저 전화를 주고 격려하고 한국 입장을 지지했다. 어떻게 하든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경제적으로 자립해서 2000만 국민이 보다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대한민국뿐 아니라 국제사회가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
북한이 진정하고 확고하게 핵을 포기하겠다고 국제사회와 합의한다면 내년 3월26~27일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초대하고 싶다. 이 점에 대해선 메르켈 총리와 정상회담에서 얘기했지만 북한의 미래를 위해 좋은 기회다. 이 기회에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에 나오면 북한 사회와 미래가 밝아질 수 있다.
도하 개발 어젠다(DDA)문제도 논의했다. DDA는 이뤄져야 하고 다음 G20 회의에서도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DDA는 독일, 한국에만 도움이 되는 게 아니다. 이를 확대해야 세계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그래서 제한 없이 자유무역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북아프리카 ‘재스민 혁명’에 대한 견해를 나눌 기회도 있었다. 일본의 지진 사태와 쓰나미와 관련해 일본이 큰 재해를 입었고 원자력 피해가 있었다는 점도 심도 있게 논의했다. 남북문제에 대해서도 한국과 독일이 같은 생각을 갖고 국제사회에서 힘을 모으겠다고 의견을 모았다.
[질의·응답]
◇이 대통령
-핵 안보 정상회의 북한을 초청한 것도 천안함·연평도 사태에 대한 사과를 전제로 하나.
△이번 제안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겠다는 확고한 의지에 대해 국제사회와 합의할 때 (성사)된다는 것이다. 그 진정성의 전제는 북한이 테러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사과는 진정성을 담보하는 최소한의 기준이다. 때문에 북한의 사과는 (북핵) 6자 회담이나 남북(대화) 등 여러 가지에서 기본이다. 그게 진정성을 확인하는 부분이다. 이번에 메르켈 총리와 사전에 논의해 공식적으로 제안한 거다.
-독일 모델에 따라 한국이 통일되면 사회주의자 출신이 통일 총리가 될 수 있나.
△대한민국 국민이면 선거에 의해 누구나 대통령이 될 수 있다. 그 점은 제한할 필요가 없다. 한반도가 통일되면 똑같은 선거와 민주적 방식에 의해 지도자를 뽑을 것이기 때문에 제한이 있을 수 없다.
-일본 대지진 이후 한국의 원자력발전소 정책에 변화가 있나
△독일의 원전 정책은 한국과 다르다. 원자력 산업은 국가별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다. 한국은 에너지를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석유에 의존한 경제는 안보상으로 불안할 수 있다. 한국은 신재생에너지를 계속 개발할 거다. 독일과도 바이오,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협력해나갈 것이다. 한국은 안보적 측면에서 원전 21기를 가동 중이고, 7기는 건설 중이다. 일본과 우린 지질학적으로 여건이 다르다. 우린 일본에 비해 후발 국가여서 안전 기준이 훨씬 강화돼 있다. (국내) 원전 운영 실태를 보면 세계에서 사고율이 가장 경미하고 사고도 없다. 이번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는 대한민국이 원전 안전도를 더 강화하고 보강하는데 참고가 될 수 있다. 원전 산업 발전은 한국에서 불가피하고 세계 많은 나라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나.
◇메르켈 총리
-한·EU FTA 발효 이후 양국 간 무역에서 가장 긍정적일 것 같은 분야는.
△모든 분야에 많은 기회가 제공될 거다. FTA를 통해 공명정대한 경쟁이 이뤄지길 바란다. 기계 산업과 서비스업에서 많은 경쟁력을 갖고 있다.
-원전 산업에서 한국을 파트너로 보고 있나.
△원전 사용 방법에 대해 서로 논의했다. 한국과 독일의 협력 프로젝트가 있을 수 있다. 안전이 매우 중요하다. 한국의 경우 엄격한 안전 기준에 따라 심사하는 것으로 안다. 일본 원전 사태에 따른 교훈을 실행할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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