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은 은행에 대한 단독조사권과 제2금융권에 대한 자료제출요구권을 인정하는 한은법 개정을 놓고 금감원과 2년이 넘게 대립해온 상황에서 이번 저축은행 사태를 한은에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그동안 구체적인 의견을 내놓지 않았던 김중수 한은 총재가 12일 열리는 5월 금통위 정례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은 현안에 대해 어떤 언급이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김 총재는 취임 후부터 중앙은행은 준정부기관 격의 공공기관이므로 금리 이외에 경제전반에 걸친 시스템 리스크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특히 현 상황에서 김 총재의 한은 조사권에 대한 의중은 그 어느 때보다도 한은법의 구체적 실현 가능성을 열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또한 ’한은법‘의 입법을 맡고 있는 국회의 분위기도 전과 사뭇 다르다.
지난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처방안으로 논의된 한은법 개정안은 2009년 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했지만 금감원과 금융위원회, 소관 국회 상임위인 정무위 등의 반발로 해를 넘기며 계류돼 왔다.
기획재정부 등 금융당국은 특히 한은법 개정안에 대해 감독기관이 늘어날 경우 금융회사의 업무부담이 늘어난다는 반대논리를 펼쳐왔다.
하지만 이에 대해 국회 기재위 소속인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은 지난 6일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저축은행 부실사태와 관련 금감원의 부패와 무능을 지적하며 한은법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그는 특히 금융당국의 한국은행에 조사권을 부여와 관련한 금융회사의 부담 논리에 대해 “한은에 주자는 것은 자료를 받을 수 있는 권한”이라며 “금감원처럼 현장에 직접 나가 금융회사 업무를 마비시키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해를 넘긴 한은법 개정안 계류에 대해 “주로 기획재정부와 청와대 경제수석 때문”이라며 “기재부 출신이 금감원 간부로 가고, 금감원 간부는 저축은행 간부로 가는 먹이사슬은 이미 공공연하게 드러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법사위 소속인 민주당 박영선 의원도 “부산 저축은행 사태에 대해 한국은행의 간접 조사권이 있었을 경우와 없었을 경우에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며 “법제사법위에 계류된 한국은행법 통과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언급해 한은법 재논의를 촉발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역풍도 만만치 않다. 9일 정무위 소속인 한나라당 김옥임 의원은 저축은행중앙회에서 제출 받아 발표한 자료를 통해 2002년부터 올해까지 영업정지된 31개 저축은행 가운데 금감원뿐 아니라 한은 출신이 다수 포진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은은 이례적으로 해명자료를 발표하며 한은과 언급된 이들의 관련성을 적극 부인했지만 일각에서는 '낙하산 인사'에 무관할 수 없는 한은의 치부를 드러낸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한은법에 의한 한은의 조사권 확보는 근본적으로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전문가들은 그동안 조사권에서 소외돼 있던 예금보험공사에도 조사권을 부여해 금감원, 한은과의 교차감사를 실시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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