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최근 중국 기업들이 너도나도 저우추취(走出去 해외진출)에 목을 매다 보니 경쟁이 과열돼 같은 중국 기업끼리 치고 박고 싸우는 ‘동족상잔’의 비극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호주 필바라 지역 광산 매입 입찰을 둘러싸고 중국 우강(武鋼)·안강(鞍鋼)·바오강(寶鋼) 등 중국 국영 철강기업이 일제히 몰려 너도 나도 입찰가를 높여 쓰다가 결국 낙찰가격이 본래보다 30% 이상 치솟는 불상사가 발생한 적도 있지요.
오늘은 이처럼 점차 과열 양상을 띠는 중국 기업의 해외진출 현황을 알아보겠습니다.
중국은 지난 90년대부터 중국 기업의 저우추취를 적극 장려해 왔지만 사실 본격적인 해외진출이 시작된 것은 금융위기가 발발한 2008년부터입니다. 금융위기로 전 세계 경제가 침체된 가운데 막대한 자금력을 등에 업은 중국 기업들이 전 세계를 휩쓸면서 해외 투자사냥에 나선 것입니다. 중국 정부가 재정·세무·금융·보험·외환 등 방면에서 해외진출 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것도 한 몫 했습니다.
UN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 해 해외투자액은 680억 달러로 사상 최대에 달해 전 세계 국가 중 5위, 개발도상국 중 1위를 차지했습니다.
특히 이 중 중국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 규모는 눈에 띠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난 해 1~11월 중국 기업이 해외 기업 인수에 쏟아 부은 금액만 405억 달러(한화 약 44조원)에 달했습니다. 올해 4월에만 총 11건의 해외 M&A 거래를 성사시켰죠. 이 중 공개된 금액만 총 37억738만 달러입니다. (* 표 참고)
전문가들은 중국의 해외투자유치액과 해외투자액 비중이 2대1에 달하지만 오는 2015년이 되면 1대1로 균형을 이룰 것이라 내다보기도 했습니다.
중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은 △외환보유고 다변화 △전 세계 자원의 전략적 비축 △중국 기업의 글로벌화 △ 글로벌 우수 기술 확보 등 여러 모로 중국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국 기업의 맹렬한 해외 투자 열풍도 갖가지 장벽에 부딪히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글로벌 컨설팅사 매킨지는 최근 “지난 20년 간 중국 기업의 해외투자 중 67%가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죠. 주요 원인으로는 해당 국가의 법률 환경, 노무시장, 세제 등에 대한 이해 부족이 꼽혔습니다.
또한 지나치게 공격적인 중국 기업의 M&A 방식은 경쟁자나 주변 국가의 견제를 받아 좌절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중국 화웨이(華爲)가 최근 미국기업 쓰리립(3Leaf)을 인수하려던 계획이 좌절된 것을 포함해 노텔네트웍스, 모토로라 무선네트워크 사업부, 투와이어(2wire), 쓰리컴(3com) 등 무려 5차례의 인수전이 모두 불발됐습니다.
기업 인수합병 이후 제대로 경영하지 못해 막대한 손실을 입은 기업도 부지기수 입니다. 지난 2008년 4월 중궈핑안(中國平安) 보험은 벨기에 포티스 인수에 21억5000만 유로를 투자했으나 1년도 채 되지 않아 227억 위안의 손실을 입은 것이 대표적인 예지요.
여기에 최근에는 중국 기업끼리 해외진출 경쟁이 과열화돼 ‘동족상잔’의 비극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너도 나도 입찰가를 높이 써내면서 기업 M&A나 해외사업 프로젝트 가격에 거품을 조장하고 중국 기업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지요.
이에 따라 중국 기업의 해외 인수도 이전과 달리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전문가들도 말합니다.
리처드 호록스 테일러 RBC캐피털마켓 광업 투자금융 부문 대표는 “중국은 여전히 자원기업 M&A에 왕성한 욕구를 보이고 있으나 이전과 달리 신중해졌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국유자산관리위원회도 최근 회의를 열고 중국 국유기업의 지나친 해외투자 자제를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지요. 중국 기업들이 해외투자의 ‘양적 증가’가 아닌 ‘질적 성장’을 통해 한층 더 성숙해 진정한 G2의 면모를 보이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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