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관성 없는 FTA 대책, 효율성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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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5-12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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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해보전금액만 급증하고, 경쟁력 강화는 '공염불'

(아주경제 이광효 기자) 일관성 없는 정부의 자유무역협정(FTA) 대책으로 인해 정부의 피해보전금액만 크게 늘어나고, 주요 피해 산업인 농업 부문의 경쟁력 강화는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최근 변경한 FTA 피해보전직불금 지급 방식에 따르면 피해보전직불금 지급 규모는 애초 전망치보다 최소 수천억원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EU FTA 발효로 인해 피해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국내 축산업의 경쟁력 강화는 처음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야당의 동의 얻으려 피해보전 방식 변경

FTA 피해보전금액이 이렇게 크게 늘어나게 된 것은 정부가 한·EU FTA 비준안의 원만한 국회 통과를 위해 만들어 낸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다.

정부는 처음에는 당년생산액이 기준생산액보다 적을 때에만 FTA 피해 농가에 피해보전직불금을 지급할 방침이었다. 지급 기간도 한·미 FTA 발효 후 7년으로 제한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야당들이 일제히 '한·미 FTA 비준안'과 '한·EU FTA 비준안'에 반대하며, 피해 농가에 대한 충분한 피해대책을 요구하자 피해보전금 지급방식을 변경한 것이다.

정부와 여·야는 지난 2일 발표한 ‘한·EU FTA 관련 합의문’에서 피해보전직불금 지급 방식을 가격이 일정 수준 이하로 하락하면 지급하는 방식으로 대폭 완화하고, 지급 기간도 한·EU FTA 발효 후 10년으로 연장했다.

처음 정부가 정했던 피해보전직불금 지급 방식대로 한다면 피해보전직불금으로 1년에 1000억원 정도 들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변경된 기준에 따라 지급 기간이 3년 늘어났으므로 보전금액에 차이가 없더라도 직불금은 3000억원 정도 늘어나게 됐다. 여기에 지급 기준이 생산액에서 가격으로 바뀐 것 등을 감안하면 피해보전직불금 지급액은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구제역으로 축산업 경쟁력은 오히려 악화

문제는 이런 피해보전 금액의 대폭적인 증가가 당장의 피해 농민들의 불만을 줄일 수는 있겠지만 피해 산업의 경쟁력 강화는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한·EU FTA가 발효되면 한·미 FTA가 발효되지 않더라도 농업 부문의 15년간 연평균 생산 감소액이 1776억원에 달하고 이 중 축산 분야 생산 감소액이 1649억원을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12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2009년 기준으로 어미 돼지 한 마리당 연간 출하되는 돼지 수는 한국은 15.2마리, 덴마크는 24.5마리, 네덜란드는 24.7마리이다.

정부는 오는 2017년까지 이를 25마리로 늘릴 계획이지만 이번 구제역 사태로 330만마리가 훨씬 넘는 돼지가 살처분되는 바람에 2011년 3월 1일 기준으로 전국적으로 사육되고 있는 돼지 수는 703만6000마리로 2010년 12월 1일보다 284만5000마리가 줄었다.

원유생산비도 2009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리터당 614.1원이지만 영국은 454.3원에 불과하다.

정부는 1년에 200만톤 이상의 원유를 생산할 수 있는 적정생산기반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번 구제역 사태로 인해 3만6000마리가 넘는 젖소들이 살처분됨에 따라 전국에 사육되고 있는 젖소는 작년 12월 1일 43만마리에서 올 3월 1일 39만6000마리로 줄었다.

이에 따라 전국 원유생산량은 작년 207만3000톤에서 올해 190만5000톤으로 줄 것으로 정부는 전망하고 있다. 한·EU FTA 발효를 앞두고 우리나라 축산업은 경쟁력이 강화되기는 커녕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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