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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 '메이드 인 재팬' 포기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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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5-12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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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흥시장서 현대·기아차와 '진검승부' 앞당길 듯

(아주경제 김신회·김형욱 기자) '대량 리콜에 엔고, 대지진까지…' 연이은 악재를 맞고 있는 도요타가 일본 내 생산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신흥시장을 위한 현지생산 체제 확립이 시급한 데다 현지 생산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12일 도요타가 대지진과 엔고로 인해 해외생산 비중을 크게 늘릴 수 밖에 없으며, 이로 인해 '메이드 인 재팬(made in Japan)' 전략을 포기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오자와 사토시 도요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전일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얼마나 더 일본 내 생산을 고집할 수 있겠느냐"며 "엔고 충격을 막기 위한 우리의 노력은 이미 한계를 넘었다"고 말했다.

1년 전 달러당 91 엔이던 엔·달러 환율은 현재 82 엔 선을 맴돌고 있다. 도요타는 당초 엔·달러 환율이 90 엔 이하로 떨어지면 수출로는 이익을 낼 수 없다고 했다.

이는 곧바로 실적에 반영됐다. 도요타는 지난 회계연도 순익에서 엔고로 인해 2900억 엔의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대지진 손실액 추정치 1100억 엔을 뛰어넘는다. 지난 4분기(한국 기준 1분기) 도요타 순익은 254억 엔으로 전년동기 대비 77% 급감했다.

이로써 지난해 간신히 흑자 전환한 도요타는 올해 다시 적자 전환이 예상되고 있다. 도요타의 지난 3년 환 손실액은 1조3700억 엔에 달한다.

특히 도요타는 일본 내 생산이 전체 생산의 45%(370만대)에 달할 정도로 해외 진출에 보수적이었다. 이는 닛산(25%), 혼다(26%)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다. 도요타는 올 초 내수 생산을 줄이고 해외 생산을 늘리겠다고 공언할 때도 "매년 최소 300만대는 일본에서 생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만큼 피해도 컸다.

여기에 악재가 겹치며 더 이상 내수 생산을 유지하기 힘든 실정에 다다랐다는 게 도요타 측 설명이다.

비단 엔고로 인한 수익성 악화뿐 아니다. 신흥시장 생산·판매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도요타는 최근 2~3년 새 중국·인도 등 주요 신흥시장을 현대·기아차에 뺏겼다.

이로 인해 도요타는 지진 이전에도 2015년까지 중국 내 생산대수를 19만대 늘린 108만대로, 인도 생산대수를 6만대 늘린 16만대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신흥시장 판매 비중도 현 40%에서 50%까지 늘리기로 했다.

더욱이 해외 생산에 보수적이던 도요타의 이번 강경한 입장은 국내에서 해외로의 변화 속도를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이는 곧 현대·기아차와의 신흥시장 내 '진검승부'로 이어진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 전문가들은 최근 일본차의 추락과 한국차의 폭발적 성장의 가장 큰 원인을 신흥시장 대응 속도 차이로 꼽아 왔다. 일본은 줄곧 '품질'을 강조하며 선진국 위주 전략을 고수했고, 이로 인해 빨리, 많이 만들어야 하는 신흥시장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반면 신흥시장 위주로 생산량을 급격히 늘린 현대·기아차의 경우 올해 650만대를 생산, '톱3' 문턱에 다다랐다. 지진 여파로 생산이 급감한 틈을타 연간 판매에서 세계 1위를 지킨 도요타를 제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도요타는 신흥시장 생산량 확대와 더불어 올 연말 중국·인도·브라질 등지에 '에티오스'라는 신흥시장 전략 모델을 내놓는다. 별도의 저가 브랜드 론칭도 추진 중이다. 이 같은 도요타의 '탈(脫)일본-친(親)신흥시장' 전략은 신흥시장을 바탕으로 급성장한 현대·기아차와의 일전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예고하고 있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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