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금융당국의 판단 유보 결정으로 사실상 하나금융과 론스타 간 외환은행 매각 계약 파기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문제에 대한 결론을 미룬 사유로 '법적 논란'을 들었으나 이른바 `변양호 신드롬'에 사로잡혀 권한과 책임을 회피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향후 외환카드 주가조작사건에 대한 사법부의 판결에 따라 론스타가 대주주로서 자격을 잃을 가능성이 있는만큼 위험부담을 떠안지 않으려고 이번 결정을 했다는 게 금융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사법부 손으로 넘어간 론스타 적격성 문제
대법원은 지난 3월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은행법상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론스타가 주가조작이라는 금융범죄로 유죄가 확정되면 대주주 자격을 잃는다.
법원이 지난 2003년 론스타가 외환카드를 인수·합병하면서 허위 감자설을 유포해 외환카드 주가를 고의로 떨어뜨렸다는 사건에 대해 법률적으로 문제를 삼은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과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한 뒤 론스타가 법원으로부터 유죄를 받을 경우 모든 혼란의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결정을 유보했다는 분석이다.
금융위로서는 위험부담을 무릅쓰고 하나은행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을 서두를 필요성은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당초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법원의 최종 확정판결이 나오기 전이라도 추가적 법리검토를 통해 이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리려 했으나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 갈리면서 결정을 유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변양호 신드롬' 빠졌나
금융위가 당초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법원의 최종 확정판결이 나오기 전이라도 이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리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는 점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문제에 대해 “불확실한 상황을 오래 끌고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달 안에 결론을 낼 것이란 입장을 천명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김 위원장은 약속을 깨뜨리고 만 것이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금융위가 `변양호 신드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있다.
변양호 신드롬은 2003년 외환은행 매각을 주도했던 변양호 당시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금융정책국장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재판까지 받은 이후 관가에서 책임이 뒤따르는 정책은 피하는 게 상책이라는 인식이 퍼진 것을 말한다.
하나금융과 론스타가 맺은 외환은행 인수 계약에 따라 5월까지 인수 승인이 이뤄지지 않으면 계약 취소도 가능한 상황이지만 금융당국은 모든 책임을 뒤집어쓸 것을 각오하고 결론을 내릴 이유도 없다는 이야기다.
일각에선 최근 저축은행 사태로 금융당국이 궁지에 몰린 상황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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