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뜩한 분장과 울려 퍼지는 저음으로 무대를 휘어잡을 겁니다.”
17일 뮤지컬 ‘투란도’에서 ‘타타칸’역을 맡은 김용구씨가 던진 첫마디였다.
‘타타칸’은 ‘투란도’에서 없어선 안 될 유일한 악역이다. 이를 소화하며 음흉함과 웅장함을 몰고 온 김용구 씨는 “오늘 전석이 매진”이라며 “그만큼 열심히 연습했다“고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M써어터에서 오는 25일까지 열리는 뮤지컬 ‘투란도‘.
섬뜩한 분장과 공연장 전체에 울려퍼지는 저음으로 1막부터 무대를 휘어잡는 ‘김용구’씨를 만났다.
-악역이 정말 잘 어울리시네요. 악역 경험이 많으신가요.
"이번이 두 번째에요. 첫번째는 ‘햄릿’(월드버전)에서 ‘클라우디우스’ (왕이 되고 싶어 형을 죽이는 역할)역을 했었고, 이번에는 원작에는 없는 ‘타타칸’이라는 악역을 맡았네요. 원래 원작에 없던 배역으로 이야기를 풀어주는 유일한 악역이라서 더 좋아요. 뭔가 더 잘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죠. 그런데 연출가가 처음에 고민을 많이 하셨어요. 처음에 오디션을 봤을 때 사실 제외되었다가 다시 불러주셔서 캐스팅됐죠."
-연습 중 힘들었던 점은.
"8주간의 연습기간이 있었는데요. 김효경 연출님(서울시 뮤지컬단장)의 연출스타일이 상당히 독특하세요. 참 열정적으로 배우와 무대를 향해 연출하는 스타일이라 정말 잘 못하면 끝장이라는 생각으로 목숨 걸고 연습했어요. 그런데 그런 연습과정이 힘들었다기보다는 좋은 작품을 위해 한 방울의 열정까지 다 끌어야 했기 때문에 에너지소모가 많이 되었죠."
-2007년까지 일본 극단에 계셨던 걸로 알고 있어요. 국내무대로 돌아온 계기가 있나요.
"일본 극단 ‘사계’라는 곳은 아시아 최대 연극극단으로 정단원만 1000명이 넘는 곳인데요 3년간 있었어요. 개인연습실에서부터 다양한 작품까지 정말 배우로서 그렇게 행복한 곳은 드물겁니다. 그런데...제 인생의 중심축은 가족인데 가족과 함께 있고 싶더라구요. 한국에 성우로 활동하는 아내와 귀여운 아이가 있어서요. 그래서 오사카 공연할 때 도쿄에 있는 극단 대표님께 편지를 썼죠. 배우로선 행복하지만 가장으로서 불행하다. 한국으로 보내달라고요. 지금 행복합니다."
-일본과 국내공연계의 분위기가 다를 것 같아요.
"어휴. 처음에 국내 들어와서 적응하는데 정말 어려웠습니다. 제작시스템이 너무 달라요. 일본은 제작이나 연습과정이 처음부터 끝까지 정해져있어요. 정확히 맞춰가는 게 중요하죠. 그에 반해 국내는 멤버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이 있구요. 지금은 완벽히 적응이 돼서 즐기면서 하고 있어요."
-앞으로 하고 싶은 역할은.
"뮤지컬을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가 ‘오페라의 유령’ 때문이었어요. 서울대 성악과에서 공부를 하면서 유학을 생각했던 시기가 있었는데요. 그 때 ‘오페라의 유령’을 처보고 충격이었어요. ‘이렇게 멋있구나..나도 저 가면을 쓰고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 당시 일본에서 오페라 유령이 공연되고 있었는데 그래서 일본 극단에 입단하게 된 거에요. 그래서 오페라의 유령 오디션도 봤는데 ‘피르맹’역할을 하게 됐어요. 언젠가는 팬텀의 역을 꼭 할 겁니다. 50, 60세가 되어도 꼭 하고 싶은 역할이에요."
-하고싶은 말은.
"서울시뮤지컬단에서 객원으로 불러주셔서 선후배들이 따뜻하게 맞아주셨어요. 그리고 때로는 따뜻한 말로, 때론 날카로운 채찍으로 가르쳐주신 연출가 김효경 선생님께도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대담=이지수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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