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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헌규의 중국이야기 14-6> 바링허우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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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5-17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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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 중국사회의 신성장 동력, 바링허우(1980년이후 출생자)

“초등학교 다닐 때는 대학등록금이 공짜더니, 대학에 들어가니 초등학교 학비가 면제되네.

취업전 학생땐 국가가 직장을 나눠줬는데, 우리가 어른되니 취업 경쟁에 머리가 터지겠구나.

어렸을땐 나라가 집을 분배해줬는데, 지금은 내집 마련이 별따기보다 힘들어졌네.

어릴 때는 바보도 주식으로 돈을 벌 수 있었는데, 요즘 세상엔 주식이 우리를 바보로 만드는구나

옛날엔 자전거만 있어도 결혼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집과 차가 없으면 결혼 엄두도 못내게 돼버렸네”


젊은 네티즌들 사이에 한때 유행했던 ‘바링허우의 슬픔’이라는 제목의 풍자성 노랫가사다. 마냥 행복하기만 한 것 같은 중국 바링허우들에게도 이렇듯 그늘은 있다. 개혁개방에 따라 바링허우들은 태생적으로 분배와 복지라는 사회주의의 사회 안전망과 결별하고 적자생존의 시장경제와 처절한 경쟁무대에 내던져 졌다.

노랫가사에는 급격한 사회 전환기를 거치면서 바링허우들이 겪었던 불운했던 사회현상과 삶의 애환, 비탄과 좌절 등이 생생하게 드러나 있다. ‘바링허우의 슬픔’은 80년대생들의 슬픈 연가다. 이 노래는 바링허우들이 전환시대를 거치면서 학비, 취업, 집, 주식, 결혼 등 생활문제와 관련해 겪은 애환과 고민을 표현하고 있다.

바링허우중에는 월급을 받으면 즉시 다 써버리고 마는 웨광주(月光族 하루살이족)들이 많다. 설사 자가용이나 주택을 갖고 있다고는 해도 대출금 상환 때문에 생활고에 시달리는 처누(車奴 차노예)와 팡누(房奴 집노예)들이 수두룩하다.

바링허우 젊은이들은 이상과 현실의 괴리속에서 빚어지는 모순과 불만족 ,갈등으로 인해 번빈하고 고통을 겪는다. 인기리에 방영됐던 TV드라마 분투는 현실사회의 모순속에서 방황하고 가치관의 충돌속에서 몸부림치는 바링허우의 투쟁과도 같은 삶을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드라마는 세쌍의 젊은이가 대학졸업후 각자 사회에 진출해 겪는 힘겹고 고단한 삶을 잔잔히 조명하고 있다. 바링허우가 캠퍼스에서 꿈꿨던 이상과 사회현실은 너무나 차이가 크다. 아무리 몸부림쳐도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인생이라는게 싸움판과 하나도 다를 게 없다.

바링허우들의 입에선 한때 다음과 같은 자조적인 애기가 나돌았다.

”일찍이 공자가 사람의 나이 서른을 두고 삼십이립(三十而立)이라고 한 뜻을 이해할 수 없다. 서른살이면 인생의 뜻을 확고히 세우고 자립할 수 있다는 뜻에서 한 말인줄은 알지만 실제 우리 바링허우들의 삶은 삼십이립이 아니라 삼십난립(三十難立)이다.“

2010년은 중국이 계획생육 즉 산아제한을 본격 추진하고 나선지 30년이 되는 해다. 중국 사회 변화와 관련해 가장 주목받고 있는 세대인 바링허우들 가운데 1980년 출생자는 2010년으로 공자가 말한 이립의 연륜을 맞았다.

하지만 이들 바링 허우들은 실제 생활에 있어 학문이든 생활이든 뭔가 뜻이 확고해지고 혼자 우뚝서기 보다는 인생살이의 고단함에 짓눌려 하루하루 시름에 겨운 삶을 살아갈 뿐이다. 그래서 바링허우들은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냉소적인 말로 삼십난립이라는 얘기를 만들어냈다.

공자의 이립(而立)에서 '립'이 무슨 의미냐는 질문에 대해 바링허우 세대의 현실적인 사람들은 '자동차와 내 집이 있고 어엿히 자기 사업을 꾸려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것들이 갖춰져야 뜻이 확고해지고 학업과 생활이 모두 안정될 게 아니냐고 바링허우들은 목청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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