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 영화 왜?> 충무로의 이유 있는 '다큐 봇물'…문제는 없나?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1-05-18 10:04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아주경제 김재범 기자) 영화의 기능적 요소는 다양하다. 일반론적인 부분에서 따지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그 가운데 대중들의 공감을 얻기 위해 진정성과 사실성, 그리고 그 두 가지를 기반으로 한 소통에 방점을 찍은 장르가 있다. 바로 ‘다큐멘터리’다. 최근 영화계에 다양한 스토리의 다큐멘터리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5.18 광주 민주화 항쟁을 다룬 ‘오월愛’가 상영 중이며, 게이들의 일상을 담은 ‘종로의 기적’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또한 김기덕 감독이 한국영화계에 직격탄을 날린 다큐 형식의 ‘아리랑’도 최근 칸 영화제에서 공개돼 관심이 집중된다. 다큐멘터리 영화가 가진 장단점을 알아봤다.

◆ “잘 만든 다큐 하나 열 대작 안 부럽다”

국내 극장가 다큐 열풍의 시작은 2009년 ‘워낭소리’다. 경북 봉화군 산골마을에 사는 노부부가 늙은 소 한 마리와 함께 살며 마음을 나누는 모습을 담은 내용은 관객들에게 추억과 눈물을 안기며 엄청난 반향을 이끌어 냈다. 전국 관객 290만에 가까운 기록을 세운 ‘워낭소리’의 제작비는 단돈 1억여 원. 당시 제작사가 거둬들인 수익은 투자 대비 200배에 가까운 메가톤급 초대박을 맞았다.

총 5부작으로 안방극장에 방송돼 20%가 넘는 시청률로 국내 다큐멘터리 사상 최고 시청률을 올린 ‘아마존의 눈물’도 지난해 극장판으로 재편집돼 상영됐다. 총 15억의 제작비가 들어간 블록버스터급 다큐인 이 영화는, TV에선 다 볼 수 없던 미공개 영상과 리얼리티를 위한 무삭제 오리지널 버전 공개로 화제를 모았다. 안방극장 방송 당시 광고 편성 수익으로만 20억에 가까운 매출을 올려 제작비를 회수했고,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 마켓에선 해외 여러 바이어들의 높은 관심을 끌며 다큐 장르의 해외 판로 개척에도 견인차 역할을 담당했다. 극장 상영 버전도 높은 수익을 올려 다큐의 상품성을 입증시켰다.

지난해 4월 KBS에서 방송된 다큐멘터리 ‘수단의 슈바이처’를 영화로 재편집한 ‘울지마 톤즈’는 국내 종교 다큐 영화사상 최고인 4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작품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영화는 2001년부터 아프리카 수단의 작은 마을 톤즈에서 봉사활동을 펴다 2009년 1월 대장암으로 세상을 뜬 고 이태석 신부의 삶을 진솔하게 그려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해외 다큐 영화도 국내서 큰 인기를 끌며 다큐 열풍의 수혜를 입었다. 프랑스에서 제작해 지난해 7월 국내서 개봉한 ‘오션스’는 해양 생물들의 흥미진진한 모습을 생생하게 담으며 60만에 육박하는 흥행 성적을 올렸다. 이밖에도 국내외 여러 편의 다큐 영화가 지난 2,3년간 박스오피스를 꾸준히 장식하며 다큐 장르에 대한 인식 변화에 앞장서 왔다.

국내 한 영화 제작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영화가 가질 수 있는 관객과의 소통적 기능을 가장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장르가 다큐”라며 “픽션에선 느낄 수 없는 공감대 형성이 다큐에서 만큼은 관객들의 가슴을 움직인 것”이라고 평했다.

◆ 왜곡된 시각 심어 줄 위험성

진정성과 사실성이란 측면에서 다큐 장르는 분명 그 힘을 갖고 있다. 일부 영화계 종사자는 픽션 요소가 배제된 다큐를 영화의 한 장르로 보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고 말하기도 한다. 때문에 페이크 다큐멘터리란 새로운 장르도 파생됐다. 이미 10여 년 전 국내 개봉해 흥행에 성공한 저예산 할리우드 영화 ‘블레어윗치’가 대표적인 영화다.

그러다보니 최근에는 다큐멘터리 역시 연출자의 의도가 녹아든 편집으로 자연스런 감동과 감정 이입이 아닌 인위적 공감대를 강요하기도 한다. ‘워낭소리’가 기록적인 흥행성과를 이뤄냈음에도 불구하고 작위적인 화면 구성으로 평가 절하하는 의견이 이를 뒷받침한다.



‘기록물’인 다큐멘터리에 ‘인위적인 부분’이 관객 몰래 포함돼 있다면 사실을 왜곡 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아직 영화가 공개된 것은 아니지만, 최근 ‘영등위’로부터 예고편 심의가 반려된 ‘종로의 기적’을 이 범주에 넣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어차피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한 대화 방식으로 다큐를 선택한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타인에게 자신들의 생각을 강요하는 방식으로 흐를 경향이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선 김기덕 감독의 ‘아리랑’을 눈여겨봐야 할 이유도 이 때문이다. ‘아리랑’은 엄밀히 따지면 다큐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그 형식에 있어서는 다큐 영화와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그가 이 장르의 형식을 통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피해 의식을 보편적인 부분으로 왜곡 시켰단 점이다. 영화 시작과 함께 피폐할 정도의 스스로를 보여 준 뒤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영화인의 실명까지 거론해가며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영화계 관계자는 “다큐 장르의 진정성이란 코드 자체가 보이지 않는 양날의 검과 같다”면서 “다큐가 관객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등 픽션이 줄 수 없는 감동을 전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연출자의 입장과 생각이 스며든다면 사실 왜곡이 범죄 수준으로 흐를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