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빈작가가 18일 학고재갤러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신의 탕시리즈 그림앞에서 작품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박현주기자 |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이 작가는 어떤 사람일까?.' 호기심을 자극한다.
삐뚤빼뚤 가로 세로 선이 집요하게 엮어진 (목욕탕)화면안엔 벌거벗은 작은 사람이 엎드리기도 하고 앉아있다.
한눈에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조감시점으로 묘사한 공간안에는 위에서 아래를 바라보는 시점과 아래에서 위를 조망하는 두 시점이 공존한다.
누리끼리한 종이에 선묘가 그대로 드러나는 '드로잉 담채'는 독특하고 묘한 정서로 시선을 잡아끈다.
'목욕탕시리즈'로 알려진 작가 이영빈(30)이 오는 20일 서울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다.
2002년부터 꾸준히 작업했지만 개인전을 통해 본격적으로 선보인적은 없었던 목욕탕 시리즈 근작들을 선보이는 첫 전시다.
작품들은 일상에서 느낄수 있는 가장 소외된 상황을 바라보는 여성 특유의 섬세하고 감성적인 시각이 돋보인다.
목욕탕시리즈의 경우 동양화과 출신답게 전통수묵산수화 기법이 엿보인다.
흔히 목욕탕을 묘사할때는 그안에 들어선 벌거벗은 인물들에 주목한다면 작가의 작품은 인물을 배제한 목욕탕의 배경에 무게를 둔 점이 돋보인다. 타일을 주인공 삼아 화면에 빽빽하게 드러낸 독특한 설정이다.
이는 마치 전통산수화에서 자연을 주요모티브로 한 다음 사람을 아주 작은 '점경 인물'로 처리한 것과 일치한다.
목욕탕이 광활한 자연의 벌판이라면 벌거벗은 주인공은 산수화의 점경인물들로 보인다.
이영빈, 탕 Bath, 종이에 먹, 담채 Korean ink, Watercolor on paper, 127x159cm, 2011 |
"수많은 선들의 교차로 이루어진 목욕탕의 모습은 단절되고 폐쇄적인 공간을 의미하지만 횡으로 종으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선을 통해 공간속에서 다각적으로 얽히고 연결되어 있는 세상 사람들의 관계성을 표현한 것입니다."
2002년부터 목욕탕을 주제로 작업한 작가는 겉치레를 통해 자신의 개인적 사회적 정체성을 드러낼수 없는 목욕탕에 자신을 배치하여 솔직한 내면을 드러냈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무의식의 세계를 그린 작품"이라며 "현상 이외의 존재하는 것과 외부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기보다 자기세계안에서 만들어지는 것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어렸을적 살았던 집의 모습을 그린 '하늘'이라는 제목은 바닥처럼 보이는 텅빈공간이 하늘이다.
군데 군데 소나무가 비죽 나와있고,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작은 인물이 어린시절의 작가다.
"어릴 적 사다리를 타고 옥상으로 올라가던 중 넘어져 땅으로 떨어졌던 기억을 그린 것"이라고 수줍게 말하는 작가는 천진난만해 보였다.
무엇을 그렸는지 애매모호함이 돋보이는 작품에 대해 그는 "이 세상은 완벽하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영빈은 이번전시에 갱지에 연필로 그린 드로잉 150여점을 액자없이 전시장에 걸었다. |
작가는 2004년 성신여대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동양화과를 졸업했다. 이번 전시는 2010년 학고재 기획전 '춘추'에 참여한 인연이 이어졌다.
발가벗은 인체를 즉흥적으로 드로잉해낸 작업들을 소개한 이번 전시는 자기감정에 충실한 작가의 순수함이 돋보인다.
이번 전시에는 목욕탕 시리즈와 사소한 일상속 독백을 자유롭게 담은 회화 10점, 드로잉을 선보인다. 자신의 생활속 단상을 갱지위에 낙서처럼 그려낸 연필 드로잉 150여점을 액자없이 내걸었다. 전시는 6월 26일까지. (02)720-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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