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고섬 거래정지 하루 전 기관들은 다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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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5-19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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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고섬이 지난 3월 국내 증시에서 거래정지 조치를 당하기 하루 전 기관투자자들은 이상 징후를 미리 알고 발 빠르게 대처했으나 아무런 정보가 없는 개인투자자들은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기관들이 중국고섬 주식을 대량 투매하는 동안 한국거래소는 시의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았고, 상장 주관사인 대우증권은 수수방관한 탓에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중국 섬유업체를 자회사로 둔 싱가포르 소재 지주회사인 중국고섬의 이상기류가 감지된 것은 지난 3월 21일이었다.

국내 증시에서 거래정지 조처가 내려지기 하루 전인 이날 중국 상하이에서 중국고섬 기업설명회(IR)가 열렸다.

중국고섬 공장의 탐방 형식으로 열린 이 행사에는 국내 6∼7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이 회사의 국내 증시 상장 주관사인 대우증권 관계자들도 그 자리에 있었다.

당시 참석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그날 오후 싱가포르 증시에서 중국고섬 주가가 폭락하고 있다는 소식이 행사장에 전해진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 기관들이 싱가포르 증시에서 나타난 중국고섬 주가의 이상 징후를 포착하고서 상하이 IR 참석자들에게 알려주자 갑자기 행사장 분위기가 술렁거렸다고 참석자들이 19일 전했다.

실제로 이날 저녁 중국고섬은 싱가포르 증권거래소에 매매정지를 요청했다.
기관들은 다음날 국내 증시에서 발 빠른 후속 조치에 들어갔다.

3월22일 장이 열리자마자 174만8천주나 팔아치웠다. 외국인도 3만8천주를 내다 팔면서 중국고섬은 하한가로 직행했다.

이런 상황에서 영문을 모르던 개인투자자들은 176만9천주나 사들였다.
문제는 싱가포르 증시에서 일어난 일을 기관들이 재빨리 파악하고 투매에 나섰음에도 거래소는 뒷짐만 지고 있다가 당일 오전 10시 무렵에야 거래정지 조처를 했다는 점이다.

거래소가 늑장 대응하는 바람에 피해가 고스란히 개인투자자들에게 집중됐다.
거래소는 매매정지 조치는 상장기업의 공시에 따라 취해지는 것이라며 공시를 늦게 올린 중국고섬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거래소가 기관들만큼 정보력만 있어도 선제조치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다.

주관사인 대우증권의 행보도 비판받고 있다.
대우증권은 중국고섬이 싱가포르 증시에서 폭락한 사실을 알았음에도 투매에 동참하지 않았다고 강조하지만 중국고섬의 문제를 거래소에 신속히 알려 거래를 정지시켰더라면 자사뿐 아니라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도 막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고섬이 지난해와 올해 1분기 재무제표 공시를 다음달 말로 연기하면서 거래정지가 장기화할 조짐이 나타나자 개인투자자들이 집단 대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 소액주주는 “기관들은 정보를 독점하고 개인투자자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주식 거래라면 말 그대로 ‘불공정거래’ 아니냐. 거래소 김봉수 이사장 면담을 추진 중이며 집단 법적 대응도 불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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