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인사이드] 아시아 통화통합 논의에서 생각해봐야 할 점들

김선환 경제부 차장
(아주경제 김선환 기자)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과 유럽 주도의 금융·외환 상황이 세계 경제에 얼마나 큰 치명타가 되는지를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됐다. 이같은 교훈은 아시아 역내 국가들이 경제적으로 더 똘똘 뭉쳐야 한다는 배경으로까지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를 계기로 각국의 끈끈한 정책공조가 흐트러지고 있다. 경제회복이 더딘 미국과 유럽은 금리인상에 주저하고 있지만, 수출로 먹고사는 신흥국들은 저마다 자국 상황에 맞춰 확대했던 재정을 조이고, 금리를 높여가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서구 선진국들이 그냥 바라보기만 할 리 만무하다. 경제성장의 불균형이 보호무역주의 부활에 대한 우려를 상승시키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퇴임을 앞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베트남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서 '아시아 지역경제공동체'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를 위해 '아시아비전위원회' 설립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의 진의가 무엇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궁극적으로 진정한 경제공동체를 이루려면 역내 통화 단일화 논의가 필요하다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아 보인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역내 단일통화론과 관련해서 뚜렷한 입장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화에 대한 수요가 없는 마당에 무턱대고 국제화에 나설 수도 없는 노릇이다. 현실적으로 이를 받아줄 유인이 없는데, 국제화랍시고 나섰다가 괜히 역효과만 부를 수 있다는 것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렇다고 변동성이 큰 원화가치가 기업들로 하여금 불이익을 받게 하는 상황을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다.

아시아 통화통합 논의는 사실 동아시아 지역의 '빅3'인 한·중·일 3국 가운데에서도 일본이 가장 먼저 나섰다. 10여년의 경제불황과 국가부채 급증, 최근에는 동북부 대지진까지 겹치면서 통화통합 논의에 주춤하고 있지만, 국제사회에서 엔화의 영향력은 여전한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최근 일본을 제치고 'G2'로 부상한 중국이 강력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위안화 국제화에 나서고 있는 움직임이 속속 포착되고 있다. 홍콩, 마카오 등을 아우르는 '위안화경제권'은 물론 동남아, 나아가 아시아 전역을 중화경제권으로 묶겠다는 야심찬 속내를 드러낸 게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금융을 개방하지 않고 있는 중국이 위안화 국제화를 과연 어느 시점에 공식화할지가 전세계인의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을 정도다.

이같은 일·중 양국의 움직임은 역내에서 서로 상대국을 눌러보겠다는 패권경쟁의 발로에서 시작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가 유럽연합(EU) 회원국 탈퇴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는 소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치·사회적 동질성이 '유로화'라는 단일통화로 결실을 맺고, 나아가 정치통합을 서두르고 있지만 경제적인 폐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는 역사적인 구원(舊怨)관계에 놓인 한·중·일 3국이 진정한 합일점을 이뤄내려면 지난한 과정을 걸어야 함을 의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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