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온라인뉴스부) 주한미군이 지난 1978년 한국 미군기지에 고엽제로 쓰이는 독성 물질을 매장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3일(현지시각) 미국 애리조나주의 시비에스(CBS) 계열사인 케이피에이치오(KPHO) 방송은 경북 칠곡 미군기지 캠프 캐럴에서 근무한 전직 주한미군 전역자를 인터뷰해 "독성물질을 한국 땅에 묻었다"고 증언한 내용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군은 베트남전에서 쓰던 고엽제, 이른바 '에이전트 오렌지'를 지난 78년에 경북 칠곡의 미군기지에 대량으로 묻어서 폐기했다.
캠프캐럴은 1960년 5월 경북 칠곡군 일대에 조성됐다.
캠프 캐럴에서 중장비 기사로 복무한 스티브 하우스씨는 1978년에 밝은 노란색이나 오렌지색을 띤 208L짜리 노란색 드럼통 250개를 상부 지시에 따라 영내에 몰래 묻었다.
당시 하우스씨와 함께 복무했던 로버트 트래비스씨는 "드럼통 수는 250개가량이었고, 겉면에는 ‘화학물질 종류 에이전트 오렌지’라고 쓰여 있었다"고 설명했다.
에이전트 오렌지는 베트남 전쟁 때 쓰인 대표적 고엽제 종류다.
맹독성 제초제의 일종으로 사람 몸에 들어가면 피부염과 뇌출혈, 고혈압, 여러가지 암을 일으킨다.
에이전트 오렌지 제조 과정에서는 독극물인 다이옥신이 만들어진다.
다이옥신은 햇빛이 비추어야 분해되기 때문에 땅속에 묻혀 있었다면 지금도 독극물이 계속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들의 증언으로 미뤄 캠프 캐럴에는 50t가량의 고엽제가 매립된 것으로 보인다.
후방의 민간인 거주지역 부근에 고엽제를 버린 사실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환경부는 캠프 캐럴에 고엽제로 쓰이는 독성 물질을 묻었다는 전직 주한미군의 증언이 나온 것과 관련해 캠프 캐럴 주변에 대한 환경조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환경부는 캠프 캐럴 주변에 대한 답사와 전문가 회의를 통해 조사 방법과 범위 등을 정한 뒤 환경조사를 할 계획이다.
또 환경부는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환경분과위원회에서 미군 측에 사실 확인을 촉구했다.
미군 측은 과거 저장 이력 등 관련 자료를 조사 중이지만 아직 해당 기록을 찾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환경부는 미군기지 주변에 대한 환경 조사를 벌이는 동시에 이 문제를 SOFA 환경분과위 정식 안건으로 상정해 기지 내부에 대한 공동 조사를 요청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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