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구체적인 분양일정을 공개하지 않았는데도 벌써 문의전화가 쏟아지는가 하면 장기간 쌓여 있던 미분양 아파트도 속속 팔려나가는 추세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상당수 건설업체가 올해 하반기부터 적극적으로 대전 지역 주택공급 사업을 재개할 방침인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과학벨트에 대전·충남 ‘신규분양 신났네’=다음 달 초 대전 유성구 지족동 노은4지구에서 한화건설이 분양하는 ‘대전 노은 꿈에그린’ 1천885가구에 벌써 지역 안팎의 기대가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분양대행사인 스타파라의 박종관 대표는 “아직 견본주택도 열지 않고 분양설명회도 하지 않았는데 과학벨트 입지 발표 이후 문의전화가 하루에 400통씩 쏟아지고 있다”며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과학벨트 발표 전까지는 대전에 거주하는 인근 주민들 위주로 하루 150통 가량 걸려오던 문의전화가 16일 발표 이후 지역번호 ‘02’로 시작하는 서울 시민의 가세로 크게 늘었다는 것.
한화건설 김경수 분양소장은 “대전에 거주하지 않아도 청약할 수 있느냐는 등의 청약 조건을 묻는 전화가 많다. 1~3순위 내 청약은 대전에 주소 등록한 사람만 가능하다고 알려주면 실망하면서도 이후 일정이 어떻게 되느냐며 관심을 접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전 노은지구는 작년 가을까지만 해도 3.3㎡당 시세가 750만원에 불과했으나 최근 들어 900만원을 훌쩍 넘길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지난 11~13일 청약접수한 대전 중구 대흥동 ‘대전 센트럴자이’는 783가구 모집에 4천164명이 몰려 평균 5.3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분양 시기가 과학벨트 정식 발표 직전이어서 대전이 선정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청약 결과에 충분히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대전에서 가까운 세종시의 신규 분양 물량에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종시 첫마을 2단계 부지는 과학벨트 거점지구에서 7㎞밖에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입지가 좋아 지난 16일 열린 분양설명회에 3천명이 몰려와 성황을 이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오승환 세종시2본부장은 “첫마을 1단계는 평형에 따라 1천만원에서 최고 7천만원까지 웃돈이 붙었는데 과학벨트라는 특급 호재까지 생겼으니 앞으로 2단계는 더욱 잘될 것으로 본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미분양 아파트도 문의 급증..판매도 잘돼=신규 분양뿐 아니라 오랫동안 팔리지 않던 대전 지역 미분양 주택도 이번 발표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대전 대덕 테크노밸리에서 대우건설이 공급한 ‘대덕 푸르지오하임’은 158㎡ 이상의 대형 평형을 중심으로 미분양 아파트가 많은데 갑자기 판매 속도에 탄력이 붙고 있다.
대우건설 김병무 현장소장은 “평형대가 큰 고가 아파트라 한 달에 10개 이내로만 팔렸는데 과학벨트 발표가 나자마자 사흘 동안 10개가 팔렸다”고 전했다.
이 아파트는 최대 7층 높이에 용적률 125%로 설계된 저밀도 고급 주택이어서 가격이 높은데도 최근 관심을 보이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다.
김 소장은 또 “평일에 방문하는 손님들이 보통 서너팀이었는데 지금은 하루 열두팀 이상이다. 문의전화도 늘어 이번 과학벨트 발표가 피부로 느껴지는 호재인 것은 분명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GS건설이 공급 중인 대전 유성구 ‘유성 자이’와 충남 연기군 ‘조치원 자이’에도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문의가 늘고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행정기관 이전 시기가 다가오는 가운데 과학벨트 입지도 확정돼 하루 문의전화가 50통 이상 걸려오고 방문객도 매일 20팀이 넘게 온다”고 전했다.
◇건설사들 하반기부터 적극공략..주택·분양시장 동반 ‘열기’=대전 분양시장에서 자신감을 얻은 건설사들은 하반기부터 앞다퉈 본격적인 아파트 분양에 나서기로 최근 결정했다.
특히 한동안 부진했던 대전 유성구 도안신도시에만 오는 9~10월께 건설사 4곳이 한꺼번에 주택공급에 나설 예정이다.
계룡건설 관계자는 “도안신도시가 그동안 잘 안돼 사업을 포기한 회사들이 있었는데 최근 호재가 잇따르면서 올가을 여러 회사가 분양에 나설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도 9월이나 10월 17-1블록에 1천가구 이상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당초 도안신도시 개발에 참여하지 않았던 현대산업개발은 다른 건설사가 포기한 15블록 부지를 지난달 사들여 오는 10월께 1천53가구 규모의 대단지를 분양하기로 결정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대전의 아파트 매매시세는 1월 0.93%, 2월 0.38%, 3월 0.65%, 4월 0.38% 등으로 매달 뛰어오르면서 침체에 빠진 서울·수도권 시장과 대조를 이루고 있지만 이 지역 아파트 공급은 2009년 1만1천639가구, 지난해 3천278가구, 올해(5월 현재) 1천432가구로 급감해 수요자와 투자자가 넘치는 상황이다.
부동산1번지 박원갑 연구소장은 “과학벨트와 둔산·노은지구, 세종시가 고부가가치를 생산하는 거대한 벨트가 되면서 엘리트 고학력자들이 대거 입성할 전망”이라며 “실거주 수요 외에 소형 아파트 위주로 임대사업을 하려는 투자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대전에서는 과학벨트 발표 후 집주인들이 일제히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호가를 수천만원씩 높이는 등 높은 기대감을 보이고 있어 이 지역 분양시장과 기존 주택시장의 ‘쌍끌이’ 과열 양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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